최근 우리나라 방산 제품, 이른바 'K-방산'이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어느 나라도 전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의 국방력 강화 움직임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뛰어난 가성비와 기술력을 갖춘 제품으로 'K-방산'을 꼽는 여론이 급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우호적인 대외 환경에 힘입어 국내 방산 관련 대기업뿐 아니라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상장 협력사들에도 투자자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증권가 안팎에선 국내 방산업계가 누리는 수출 특수가 단기적 현상을 넘어 장기적인 실적 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란 미사일 96% 요격에 K-방산 재평가…방산 대기업, 부품 협력사 등 동반 호재 기대
11일(현지시간)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유력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란 전쟁, 값싼 패트리엇 경쟁 제품 내세운 한국 방산 기업 띄웠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한국의 강력하고 수출 지향적인 방위산업 역량을 집중 조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또 한국 기업들이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무기를 공급할 수 있어 향후 수익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기사의 근거로 제시된 내용은 '천궁-Ⅱ'의 성능과 가성비였다. 미국 패트리엇과 함께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천궁-Ⅱ'는 국산 지대공 유도미사일이다. 미사일과 항공기의 중고도 요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천궁-Ⅱ'는 비슷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미국 록히드마틴의 패트리엇 제품 보다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페트리엇 1개당 가격은 370만 달러(한화 약 54억원)에 달하지만 천궁-Ⅱ의 요격탄의 가격은 3분의 1 수준인 110만달러(한화 약 16억원)에 불과하다.
납품까지 4~6년이 걸리는 패트리엇과 달리 '천궁-Ⅱ' 제조사들은 생산 속도를 빠르게 올려 짧은 기간에도 납품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현재 '천궁-Ⅱ'의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하고 있다. 저렴하고 납품기간도 짧지만 성능은 페트리엇 못지 않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에 따르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된 '천궁-Ⅱ' 2개 포대에서 발사된 60여 발의 요격미사일은 96%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한국산 유도무기가 실전에서 적 미사일을 격추한 최초 사례다.
한국의 토종 미사일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자 증권가의 움직임도 부쩍 분주해진 모습이다. 대기업 뿐 아니라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상장 협력사들의 수출 호재와 이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주당 가격이 낮아 투자 접근성와 주가 탄력성이 높은 협력사에 대한 기대감이 예사롭지 않다. 정밀 유도무기와 레이더 등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망이 하나의 생태계로 견고하게 구축됨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협력사들의 실적 개선 등 낙수효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시장의 주목을 받는 협력사들은 대부분 정밀 유도무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다. 대표적으로 유도무기 구동장치 및 자세제어 컨트롤러를 공급하는 퍼스텍이 꼽힌다. LIG넥스원과 오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천궁-Ⅱ' 등의 양산 확대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퍼스텍은 지난 2024년 12월 LIG넥스원과 약 476억원의 천궁 공급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해 6월에도 LIG넥스원과 277억 규모의 천궁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방산 임베디드 솔루션 기업인 코츠테크놀로지도 시장의 주목받고 있다. 임베디드 솔루션은 기계에 전용 소프트웨어(SW)를 넣어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컴퓨터 시스템이다. 코츠테크놀로지는 현재 K2 전차, K9 자주포, 천궁-Ⅱ 등의 사격통제 컴퓨터와 통합 제어 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영하 40도의 혹한이나 고온 등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방산용 컴퓨터'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LIG넥스원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코츠테크놀로지는 지난해 5월 LIG넥스원과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이미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미사일의 '눈' 역할에 해당하는 적외선 영상센서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산하는 아이쓰리시스템 역시 국내 방산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과거 LIG넥스원이 인수를 검토했을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군용 고성능 열영상 센서 양산업체인 아이쓰리시스는 LIG넥스원 뿐만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엔 LIG넥스원과 4월, 7월, 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위성통신 및 군용 통신 부품 전문기업인 제노코와 미사일과 어뢰의 전원 공급원인 리튬 일차전지 분야 기술을 보유한 비츠로셀 역시 방산 대기업들의 대표적인 협력사로 꼽힌다. 이 밖에 ▲파이버프로(미사일 항법 센서 공급) ▲퍼스텍(유도탄 비행 제어) ▲SNT다이내믹스(K9 자주포 변속기) ▲한국카본(방산용 경량 복합소재) ▲기산텔레콤(레이더 핵심 부품) ▲캔코아에어로스페이스(항공우주 특수 소재) 등도 'K-방산' 특수 가능성이 점쳐지는 기업들이다.
전문가들은 중동전쟁의 종식과 상관없이 중동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군비 증가가 계속되고 있어 국내 방산기업들의 주가 역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 긴장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워 국내 방산 업체들의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며 "설령 전쟁이 조기 종식되더라도 단기 변동성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동과 유럽의 폭발적인 수주 확대가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다"고 전망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우리 방산 기업들이 단순 부품이나 재래식 무기 수출에 그쳤다면 이제는 주요 대기업과 핵심 부품 협력사가 하나의 견고한 K-방산 생태계를 구축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며 "국내 방위 산업이 커질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반도체에 이어 한국 경제의 새로운 핵심 수출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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