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김형석 기자] 지난 10일 발생한 일촉즉발의 중증 외상 사고에서 부산 지역 의료기관과 소방 당국이 보여준 유기적인 협업이 한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며 지역 의료계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번 사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상급종합병원과 포괄 2차 병원 간 진료 전달 시스템’이 현장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생명선 역할을 하는지 증명한 ‘교과서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사고는 지난 10일 오전 11시 40분께 부산 사하구에서 발생했다. 트럭 운전자인 이 모(75) 씨는 주차 중 브레이크가 풀려 굴러 내려오는 차량을 몸으로 막으려다 약 2m가량 끌려가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부산진구의 자택으로 귀가했으나 급격한 상태 악화를 느낀 이 씨는 오후 1시 20분께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부암119구급대는 이 씨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혈압은 70/40mmHg까지 떨어졌고 체온은 34.2도의 심각한 저체온 상태였다. 구급대원들은 즉각적인 보온 조치와 하지 거상 등 응급 처치를 시행하며, 중증 환자 수용이 가능한 포괄 2차 병원인 온병원에 사전 연락 후 신속하게 이송했다.
이날 오후 2시 6분, 온병원 응급센터에 도착한 이 씨에게는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응급센터 당직근무를 하던 이강호 과장(외과전문의)의 진두지휘 아래 중심정맥관 삽입과 대량의 수액 공급, 승압제 및 지혈제 투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응급 혈액 검사 결과에 따른 ‘O+형 적혈구’ 긴급 수혈은 환자의 혈역학적 상태를 안정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어진 영상 검사 결과는 참혹했다. 다량의 복강 내 출혈과 양측 골반골 및 천골익 골절이 확인됐다. 응급 콜을 받고 4분 만에 달려온 온병원 외과 주재우 과장은 환자의 급사 가능성을 경고하며,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의 즉각적인 수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주재우 외과과장의 판단은 즉각 행동으로 옮겨졌다. 이날 오후 3시 54분, 온병원 응급센터는 부산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와 핫라인을 가동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센터장 김재훈·부산대의대 외상외과교수)는 온병원으로부터 받은 영상자료를 즉시 확인하고 10분 만에 이 씨에 대한 전원 결정을 내렸고, 오후 4시 25분 이 씨는 모든 진료 자료를 지참한 채 구급차를 통해 안전하게 이송됐다. 전원 직전 혈압은 90/60mmHg로 초기보다 안정된 상태였다.
부산대병원 도착 당일, 이 씨는 간 열상에 의한 복강 내 출혈을 확인하고, 개복 수술을 통해 지혈에 성공했다. 부산대 권역외상센터 측은 12일 현재 중환자실에서 기료 중인 이 씨의 상황이 호전되는 대로 양측 골반골 등 중증 골절 부위에 대한 고정술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 환자를 살린 것을 넘어, 지역 내 의료 자원이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119구급대의 정확한 상황 전파, 포괄 2차 병원의 집중적인 소생술과 정확한 진단, 그리고 상급종합병원의 전문 수술로 이어지는 체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결과다.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 정근 대표회장(그린닥터스재단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이 경쟁 관계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서 환자군을 관리할 때 진정한 의료 전달 체계가 완성된다”며, “부산대병원과 온병원이 보여준 이번 유기적인 진료협력은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온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은 “포괄2차병원으로 지정된 온병원은 앞으로도 지역 내 대학병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어떤 위급 상황에서도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도록 전략적 환자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