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생에서 비극은 어느 날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다. 그리고 또 다른 비극이 연이어 닥친다. 삶은 우리에게 그 충격을 충분히 받아들일 시간을 주지 않는다. 마치 사람이 다쳤을 때 처음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환부를 보는 순간 비로소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비극도 그렇다. 막 어떤 일을 이해하려는 순간 또 다른 사건이 터진다. 제78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상 수상작 영화 ‘시라트(Sirat)’에서도 한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다음 비극이 발생한다. 나는 이 영화가 ‘삶의 여정’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배경은 모로코 남부의 사막. 레이브 파티에 참가한 사람들은 강렬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주인공 루이스와 그의 아들 에스테반은 수많은 사람 사이를 가로지르며 실종된 딸을 찾고 있다. 실종된 딸이 레이브 파티에 참석할지 모른다는 단서 하나만을 가진 채. 그러던 중 파티의 주최자 무리(스테프, 자드, 비기, 토닌, 조쉬)를 만나고 그들은 또 다른 사막 지역에서 파티가 열릴 것이란 정보를 준다. 루이스는 그곳으로 가보기로 한다. 그 순간 군대가 파티에 도착해 공연을 중단 시킨다. 전쟁이 시작됐고 EU 시민권자를 보호해야하니 군대를 따라 이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3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행렬에서 이탈해 도망치는 스테프 무리를 쫓아가는 루이스. 그들은 알았을까, 그 순간이 시라트로의 첫 걸음이었다는 것을.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칼날보다 날카로운
영화의 제목인 ‘시라트’는 이슬람 전승에서 심판의 날 인간이 건너야 하는 다리를 가리킨다. 지옥을 가로지르며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칼날보다 날카로운 다리. 올리베르 라셰(Oliver Laxe) 감독은 이 종교적 이미지를 사막 한가운데로 옮겨 놓는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끝없는 사막을 건너는 주인공 루이스의 길은 그 자체로 위태로운 경계 위를 걷는 여정처럼 보인다.
'시라트'를 두 가지 층위로 해석해봤다. 첫째, '삶'이라는 과정 그 자체로서의 시라트다. 루이스가 딸을 찾아 끝없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정은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 두렵지만 반드시 가야만 한다. 그 길 위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과 비극이 계속 이어진다. 충격적이고 처참한 죽음을 연이어 목격하며, 한 번의 충격을 제대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다음 일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인물들은 어쩔 수 없이 또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여정은 인간이 살아가며 계속 통과하게 되는 삶의 과정 자체처럼 보인다.
둘째, 영화가 보여주는 장면들과 직접 연결되는 해석이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지뢰밭 장면은 시라트라는 개념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듯하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끝나는 길 위를 인물들이 조심스럽게 건너가는 장면은 시라트의 이미지와 겹쳐 보인다. 결국 그 길을 건넌 자들은 기찻길에 오르게 되는데 그 철길의 이미지 또한 시라트를 연상시킨다. 지평선을 향해 길게 뻗은 철길은 구원인지 또 다른 심판인지 알 수 없는 어딘가를 향해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시, 인간
광활하고 무자비한 사막과 삶. 역설적으로 이 비극의 한복판에서 관객을 지탱하는 것은 끝내 휘발되지 않는 인간애다. 영화의 세계관을 바깥에 있는 나는, 사건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지만 무력감에 빠지지 않았다.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인간애는 이 서사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 목적 없이 서로를 돕고, 가진 것을 나누고, 낯선 타인을 자신의 방으로 기꺼이 환대하는 것. 타인의 슬픔과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것. 인간으로 태어나 배우고 익히며 자라지만 실천하기엔 어려운 일. 칼날 같은 길 위에서 우리가 붙잡게 되는 것은 초월적 구원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영화의 마지막에서 기찻길에 오른 사람들은 앞으로 또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알 수 없다. 분명의 또 다른 삶의 지뢰는 터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기대한다. 비극과 싸워 이길 수는 없더라도 그 다음으로 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상실의 순간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주는 가장 본질적인 '인간적인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지금 어떤 인간으로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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