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 칼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는 방법⑦ 거친 대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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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 칼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는 방법⑦ 거친 대지 위에서 

문화매거진 2026-03-12 09:27:26 신고

[이응 칼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는 방법⑥ 삶이 애도에 이어 
 

▲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Caspar David Friedrich, 94.8cm×74.8cm, Hamburger Kunsthalle
▲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Caspar David Friedrich, 94.8cm×74.8cm, Hamburger Kunsthalle


[문화매거진=이응 작가] 이 글은 처음부터 말로 다 건너갈 수 없는 감각들을 오래 붙들어 보려는 시도였다. 우리는 살아가며 분명히 느끼지만 끝내 정확히 옮겨낼 수 없는 것들과 자주 마주친다. 나는 그것들을 성급히 설명하거나 하나의 정답으로 봉합하기보다, 우리 안에 아직 언어가 닿지 못한 자리들을 조금 더 면밀하게, 조금 더 오래 더듬어 보고 싶었다. 이름 붙일 수는 없어도 분명 존재하는 어떤 윤곽, 끝내 붙잡히지 않으면서도 삶을 흔들고 지나가는 감각의 둘레를 함께 바라보는 글을 쓰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글들은 질문을 조금씩 더 깊은 곳으로 내려보내는 과정이었다. 특히 5편과 6편에 이르러 내가 붙들고 있던 문제는 단지 무엇을 잃었는가를 묻는 일이 아니라, 끝내 이름 붙일 수 없는 공백 앞에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흔들리고 또 어떻게 버텨내는가에 가까워졌다. 

눈앞의 대상을 확인해도 가라앉지 않는 감각, 지시할 이름이 없어 자꾸만 다른 이름표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상실을 지나오면서, 질문의 무게 또한 서서히 옮겨갔다. 무엇이 사라졌는가를 밝히는 일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자리, 설명이 미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들 앞에서 우리는 결국 다른 방식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 그때 남는 것은 해석의 완결이 아니라, 그 사라짐과 함께 삶을 계속 굴려가기 위해 필요한 형식의 문제였다.

이쯤에서 1편의 문턱에 잠시 세워두었던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다시 불러와야 할 것 같다. 처음 이 글을 시작할 때 그는 언어의 벽 앞에 멈춰 서는 대신, 불완전한 도구를 들고서라도 삶이라는 거친 대지 위로 걸어 들어간 사람으로 등장했다. 이제 그가 남겨둔 그 비유를, 이 글의 끝에서 다시 한번 주워 담아 보려 한다.

그는 실제 언어의 거칠고 불완전한 쓰임을 벗어나 지나치게 순수하고 완전한 질서를 요구하는 철학의 욕망을 걸을 수조차 없는 미끄러운 얼음판에 비유한 적이 있다. 조건은 완벽해 보이지만 마찰이 없어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는 자리. 그래서 결국 우리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은 쓰임과 어긋남, 반복과 버팀이 있는 삶의 바닥, 곧 거친 대지라는 말이다.

나 역시 한때는 매끈하고 완전한 소통의 세계를 꿈꾸었다. 오해 없이 닿을 수 있는 말, 훼손 없이 주고받는 감정,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건너설 수 있는 상실 같은 것들. 그러나 살아 있는 마음은 늘 문장보다 먼저 흔들렸고, 어떤 감정은 붙잡는 순간에도 이미 그 바깥으로 번져 나가곤 했다. 어떤 상실은 아무리 정교한 문장을 세워도 끝내 그 안에 다 들어오지 않았고, 삶은 그렇게 미해결된 것들을 품은 채로도 계속 이어져야 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몸을 씻고, 다시 다음 날을 살아내는 일. 해결되지 않은 관계와 마음의 문제를 안은 채로도 조금씩 앞으로 가는 일. 끝내 설명되지 않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럼에도 하루를 건너가야 하는 일. 아마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거친 대지는 바로 그런 자리, 마찰과 어긋남을 피할 수 없으면서도 그 위에서 다시 발을 디뎌야 하는 삶의 바닥과 멀지 않을 것이다.

이 글 다음으로 내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말할 수 없음 그 자체라기보다, 그 한계 곁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버텨내는가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의 이야기는 그 중심에 끝내 닿지 못한 채, 그 주변을 오래 배회하고 만져 보고 더듬어 온 시간의 기록이 될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것은 삶이 그 불가해한 자리를 안고도 어떤 형식을 만들어 가는지를 다시 묻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왜냐하면 말이 멈춘 자리에서도 삶은 멈추지 않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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