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현지식을 계속 먹다 보면 아무래도 한식이 그립게 마련이다.
싱가포르에서 한식 파인다이닝으로 유일하게 미슐랭 1스타를 받은 '내음'의 스토리가 궁금해 어렵게 예약을 잡았다.
정갈하게 정리된 내부로 들어가니 한석현 셰프의 주문에 따라 10여명의 요리사가 저마다 맡은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 싱가포르 한식 파인다이닝 '내음'에서 본 K푸드의 확장
코스는 순차적으로 제공되며, 접시마다 직원이 구성과 먹는 방식을 짧게 안내한다.
한입에 넣도록 권하는 전채, 손으로 들어 먹는 돼지고기 요리 등 서비스 방식 역시 경험의 일부다.
첫 전채는 동치미 사과와 감태로 만든 한입 크기 로제트다.
꽃잎처럼 얇게 겹친 사과의 산미와 감태의 바다 향이 입안을 정리한다.
검은콩과 얇게 구운 김치는 전통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압축한 장치처럼 기능한다.
초반부터 '내음'이 지향하는 방향이 분명해진다.
이어 잿방어는 레몬과 무를 더해 산뜻함을 강조한 느낌이다.
기름기는 절제됐고, 채소의 식감이 균형을 잡는다.
메밀면과 만두는 메밀의 고소함과 만두 속 재료의 깊이가 겹치며 한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을 또렷하게 보여줬다.
제주 전복 요리는 해초 비네그레트와 캐비아를 올려 바다의 풍미를 느끼게 해줬다.
생선 코스에서는 생선 뼈 육수에 고추를 더한 뒤 버터를 유화한 '매운탕 소스'를 곁들인다.
전통 매운탕의 기억을 최고급식당의 문법으로 번역한 구성이다.
◇ 원재료의 맛 충실한 K푸드
중반 이후에는 육류가 중심이다.
이베리코 돼지고기와 한우, 더덕, 버섯 곰탕 등 신선하고 독특한 재료의 향연이다.
각 요리는 그러나 과장되지 않고 재료의 맛을 단정하게 조화를 이룬다.
후반부는 다래 창면으로 입안을 환기한 뒤 대추·트러플·화이트 초콜릿을 결합한 디저트가 이어진다.
익숙한 재료를 낯선 질감과 향으로 풀어낸 마무리다.
한석현 셰프는 "익숙한 한식보다는 뭔가 다른 장르의 한식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식이 특정 메뉴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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