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이란과의 전쟁이 12일째로 접어든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고유가 장기화 우려 속에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며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대한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89.24포인트(−0.61%) 떨어진 47,417.2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68포인트(−0.08%) 내린 6,775.80을 기록한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9.03포인트(0.08%) 올라 22,716.13에 거래를 마쳤다. 전통 산업주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가운데, 일부 기술주가 방어에 나서며 지수별 희비가 엇갈렸다.
국제유가는 전쟁 장기화 우려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91.98달러로, 전장보다 4.8% 급등했다. 주요국이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음에도 공급 차질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시장을 지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32개 회원국은 비상 비축유를 사상 최대 규모로 방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맥쿼리는 보고서에서 IEA 방출 규모가 “전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 기준으로 약 4일 치, 걸프해역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 기준으로는 약 16일 치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 공급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조기 종전을 시사했다. 그러나 실제 전황은 긴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선박 3척이 이란군 공격을 받았고,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 해협 일대에서 피격된 선박은 최소 14척에 이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는 한층 고조됐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보고서에서 “유가 변동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종전 시사는 그의 ‘고통 한계선’에 도달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증시에서도 기업이익 및 평가가치의 하방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할인율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주가 산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물가 지표는 당장 큰 변화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지난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해 직전 달과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물가 압력이 추가로 높아지지 않은 셈이다. 다만 이 통계에는 이란 전쟁 이후 본격화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반영돼 있지 않아, 향후 인플레이션 재가열 우려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유가 흐름과 전쟁 전개 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략 비축유 방출이라는 단기 처방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고유가와 함께 증시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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