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발급됐다" 전화 한 통에 7억 '덜컥'…'고액 피싱'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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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발급됐다" 전화 한 통에 7억 '덜컥'…'고액 피싱' 주의보

이데일리 2026-03-12 05:55: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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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경남 창원에서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됐다는 전화 한 통에 속아 7억원이 넘는 돈을 사기 당한 초고액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보이스피싱 평균 피해액(5384만원)의 13배가 넘는 큰 액수로 개별 피해 사례로는 이례적으로 큰 액수다.

보이스피싱에 따른 1인당 피싱 피해액이 매년 증가할 뿐만 아니라 1억원 이상의 고액 피해를 입는 경우도 10%가 넘어 이상 거래를 탐지할 금융사의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싱’ 언급하며 속여…이씨, ‘딸 결혼자금’ 둘러대고 거액 송금

1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경찰청은 최근 보이스피싱으로 7억 2500만원을 잃은 창원 거주 이모(57)씨 사건을 창원중부경찰서로부터 넘겨받아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1월 대형 카드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신청하지도 않은 카드가 발급돼 배송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카드를 신청한 적 없다는 이씨의 말에 상대방은 오히려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뒤이어 사건 담당 검사에게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건넸다.

전달받은 연락처로 전화한 이씨는 검사를 사칭한 A씨와 텔레그램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이씨에게 ‘주변에 절대 말하지 말라’는 신신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씨가 “남편에게는 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A씨는 “검사 입장에서는 남편도 외부인과 다를 바 없다”며 “수사에 지장이 생기니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 A씨 조직은 이씨에게 각종 개인정보를 받아 휴대전화에 원격 조종 프로그램까지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협박은 ‘구속 수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어졌다. 불구속으로 수사하는 대신 재산의 절반을 넘겨야 한다고 했다. 범죄와 연루된 자금이 아닌지 확인하게 위해 검수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A씨의 말을 믿은 이씨는 평소 거래하던 증권사 영업점 마감 30분 전 급히 인근 지점을 찾았고 해당 지점은 이씨의 ‘딸의 결혼 자금과 아파트 마련 자금’이라는 말에 3억 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내줬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씨는 두 차례, 총 7억 2500만원을 보이스피싱 일당에 건넸다.

피해는 금전적 손실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시를 받은 이씨는 조직이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돈을 제3자에게 이체해줬다. 또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범인들의 계좌로 넘겨준 셈이 됐다.

이씨는 자신의 계좌가 ‘사기 계좌’로 등록돼 동결됐다는 알림을 받고서야 모든 사태가 사기라는 점을 인지했다. 그는 “계좌 동결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싶어 다시 검사라는 사람에게 연락했더니 연락이 두절됐다”며 “증권사에서 경찰에 신고하라는 말을 듣고 하늘이 노랗게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현재 7억여원의 이씨 돈은 모두 가상화폐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피싱 사기를 당하기 전엔 (당하는 사람을) 무시했는데 내가 당해보니 절대 그렇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1인당 피싱 피해금 증가세…“금융사 제도 보완 필요”

이씨가 피해를 입은 규모는 상위 12.5% 수준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평균 피해액과 비교해도 약 13.4배 많은 규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인철 의원(더불어민주당)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1인당 평균 피해액은 538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씨와 같은 고액 피해가 늘면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발생 건수와 피해액, 1인당 피해액 모두 매년 증가세다. 1인당 피해액으로 보면 2023년에는 2366만원, 2024년에는 4100만원으로 매해 30~70%씩 상승했다.

또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경찰 집계 2만 3360건) 발생건수 중 1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사례는 12.7%인 2979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1인당 피해액이 점차 증가하는 이유는 ‘맞춤형 피싱’으로 진화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속을 수밖에 없도록 시나리오를 짜 한 명에게 거액을 뜯어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 사람 피해액이 7억원이라는 것은 굉장히 큰 규모”라며 “전재산을 갈취할 만큼 개인 맞춤형으로 (시나리오가) 작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실제 금융권의 제도적 보완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는 현재 조 의원이 ‘보이스피싱 금융사 무과실 배상’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피싱 피해를 일정 한도 내에서 금융사가 배상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에는 피해배상한도를 1000만원 범위 내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금융사가 보이스피싱 거래를 상시 탐지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담았다.

조 의원은 “피싱 범죄는 국민의 평생 자산을 한순간에 빼앗는 대표적인 민생 범죄”라며 “금융기관의 FDS 상시 운영 의무화와 금융당국의 대응체계 점검·평가 강화를 위한 법안을 최근 발의한 만큼 금융권의 예방 책임과 대응 체계 강화를 위해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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