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왕 컨템포러리'에서 펼쳐진 미스치프의 새로운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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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왕 컨템포러리'에서 펼쳐진 미스치프의 새로운 장난

마리끌레르 2026-03-11 19:35:00 신고

뉴욕 차이나타운의 역사적 건물에 문을 연 ‘더 왕 컨템포러리’의 개관 전시에서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는 자본의 상징이었던 공간을 유쾌한 혼란으로 뒤바꿨습니다. 이 장난 같은 퍼포먼스 뒤에는 어떤 질문이 숨어 있을까요? 미스치프의 공동 CEO 케빈 위즈너(Kevin Wiesner)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더 왕 컨템포러리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과 그의 어머니 잉 왕이 함께 설립한 ‘더 왕 컨템포러리(The Wang Contemporary)’는 예술, 디자인,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창의성을 지원하고 조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 공간입니다. 이곳은 오랜 시간 뉴욕 차이나타운의 문화적 풍경을 형성해 온 보워리 58번지의 역사적 랜드마크 시티즌스 세이빙스 뱅크(Citizens Savings Bank) 건물에 자리해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데요. 약 150만 명의 아시아인 및 아시아계 미국인이 살아가는 도시 뉴욕에서, ‘더 왕 컨템포러리’는 아시아 디아스포라 커뮤니티의 창의적 목소리를 조명하고 교류를 촉진하는 지속적인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미스치프

미스치프(MSCHF)는 2016년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한 아티스트 그룹입니다. 디지털 문화와 자본주의 시스템, 소비 심리를 유희적으로 전복하는 프로젝트들로 빠르게 주목받았죠. 이름 그대로 ‘장난’을 전략으로 삼지만, 그 방식은 누구보다 치밀하고 개념적입니다. 만화적 실루엣을 현실로 끌어내며 패션과 밈(meme),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은밀히 교란시킨 <Big Red Boot>와 개인의 은행 잔고를 실시간으로 공개해 자본의 위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ATM Leaderboard>가 대표작입니다. 지난 2월 19일, 이들은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과 그의 어머니가 함께 설립한 ‘더 왕 컨템포러리’에서 <20,000 Variations On A Paper Plane In Flight>라는 이름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우리에게 재미있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한때 돈을 움켜쥐던 공간이었던 은행에서 아무 가치 없어 보이는 종이비행기를 쏟아냈어요. 과거 자본주의의 심장이었던 곳에서 벌인 이 퍼포먼스는 마치 어린아이들의 장난처럼 느껴졌어요.

‘더 왕 컨템포러리’는 지난 역사가 건축 양식에 고스란히 묻어있다는 점에서 예술적 개입을 하기에 매우 독특한 장소에요. 이 건물은 비교적 좁은 정사각형 부지 위에 7층 높이의 원형 구조를 세운 형태거든요. ‘맨해튼 부동산’이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이보다 더 비효율적인 설계도 없을 거예요.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밀도가 높고, 효율을 극단적으로 요구받는 뉴욕 중심가 부동산 시장에서 고작 7층 높이의 원형 돔 형태의 건물이라니. 당시 이 건물이 얼마나 막대한 부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는지 잘 보여주는 거니까요. 우리는 이 거대한, 어쩌면 ‘낭비적’이라 할 수 있는 돔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이 내부 공간의 전체 볼륨을 최대치로 사용하고 싶어 했죠. 수만 개의 종이비행기는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이 공간의 부피와 역사에 응답하는 저희만의 방식이었어요.

수만 개의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건 정말 미친 짓처럼 보였어요. 물리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말이죠. 작업 과정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처음 실전 테스트를 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평범한 복사용지로 비행기를 접어 던져봤을 뿐인데, 그 순간 우리 모두 깨달았어요. 이 광경이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감정적 울림을 준다는 걸요. 예상했던 이미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걸 마주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더라고요. 숨이 멎을 만큼 압도적이었어요.

종이비행기에 적힌 단어들로 운세를 점치는 아이디어가 흥미로웠어요. 관객은 종이비행기를 집고, 단어를 해석하고, 자신의 이야기로 연결 지을 수 있었죠. 이 전시를 통해 관객이 ‘참여’라는 경험을 어떻게 느끼길 바랐나요?

어떤 평범한 단어*라도 의례적이고 반복적인 형식 안에 놓이면 마치 심오한 예언처럼 의미심장하고 그 뜻을 해독하기 어려워져요. 동시에 우리는 운명이라는 것이 평범함을 포함한다는 점을 좋아해요. 운명이라는 게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만약 당신이 고른 종이비행기에 ‘머핀’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면, 그날 아침 식사로 머핀을 먹으면 되는 거예요. 미래에는 알 수 없는 변화로 가득 차 있기도 하지만 삶을 이어가는 평범함 일상도 존재하니까요. 우리는 관객이 스스로 선택한 비행기를 통해 운명의 크기와 무게를 스스로 조율할 수 있다는 감각을 경험하길 바랐어요.

* 형용사, 동사, 조사, 대명사 등을 제거하고 명사(한 단어) 만으로 구성할 시 5,000개 단어면 영어 어휘의 매우 깊은 영역까지 도달한다. 그 결과 이 종이비행기에는 예상치 못한, 상당히 독특하고 개성적인 단어들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인 작곡가 윤연준이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만든 피아노스코어가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며 퍼포먼스의 화룡정점을 찍었어요. 그와의 협업은 어땠나요?

재미있는 사실은 윤연준과 미스치프의 공동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루카스 벤텔(Lukas Bentel)이 어린 시절 친구라는 점이에요. 대부분의 미스치프 팀원들은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당시 그를 처음 만났죠. 그래서 이번 협업은 우리에게 일종의 ‘완결된 순환(full-circle)’처럼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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