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왕이 설립한 '더 왕 컨템포러리'는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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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왕이 설립한 '더 왕 컨템포러리'는 무엇이 다를까?

마리끌레르 2026-03-11 19:30:00 신고

10년, 20년 후에도 변치 않을 아시안 커뮤니티의 문화적 구심점을 만들겠다는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의 굳건한 선언. 그가 그리는 미래와 그 기저에 흐르는 어머니로부터의 깊은 영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더 왕 컨템포러리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과 그의 어머니 잉 왕이 함께 설립한 ‘더 왕 컨템포러리(The Wang Contemporary)’는 예술, 디자인,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창의성을 지원하고 조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 공간입니다. 이곳은 오랜 시간 뉴욕 차이나타운의 문화적 풍경을 형성해 온 보워리 58번지의 역사적 랜드마크 시티즌스 세이빙스 뱅크(Citizens Savings Bank) 건물에 자리해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데요. 약 150만 명의 아시아인 및 아시아계 미국인이 살아가는 도시 뉴욕에서, ‘더 왕 컨템포러리’는 아시아 디아스포라 커뮤니티의 창의적 목소리를 조명하고 교류를 촉진하는 지속적인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브랜드 운영과 더불어 새로운 문화 기관의 설립까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실 것 같아요. 개관 전시를 마친 지금, 솔직한 소감과 요즘 일상을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정말 치열한 시간이었어요. 패션과는 또 다른 방식의 치열함이었죠. 컬렉션은 늘 정해진 마감이 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마치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여정 같거든요. 오프닝을 치르고 나니 안도감과 책임감이 교차했어요. 많은 분들이 찾아와 준 것에 대한 안도, 그리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책임감이랄까요? 요즘 제 일상은 보다 더 다층적으로 변했어요. 오전에는 브랜드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프로그램 기획이나 참여할 아티스트, 건물 운영에 대해 고민해요. 조금 더 긴 호흡의 에너지를 경험하고 있어요.

이전에 아시안 아메리칸의 서사를 포용하는 공간의 부재에 대해 언급하신 적이 있어요. 그 점에 대해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성장하면서 특별히 소외 당하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완전히 속해 있다고 느끼지도 못했고요. 아시아인의 정체성이 입체적이거나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다뤄지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대개는 너무 단순하게만 다뤄졌죠. 어릴 때는 그걸 설명할 적당한 언어를 찾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분명히 느끼고는 있었어요. ‘더 왕 컨템포러리’는 한 번쯤 존재하길 바랐던 공간에서 출발했어요. 문화적 정체성을 굳이 설명하거나 번역할 필요 없는, 그저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디지털 플랫폼과 팝업 스토어가 주류인 시대에 영구적인 문화 기관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디지털이 주는 순간의 힘은 강력하지만, 동시에 매우 빠르게 사라지기도 해요. 이 커다란 규모의 건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에요. 우리에게 ‘헌신’을 요구하거든요. 이건 시간을 감당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해요. 이러한 영속성은 사고방식을 바꾸어놓죠. 단순히 무언가를 운영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위해 관리하고 보존하는 ‘책임(stewardship)’의 영역으로 확장되거든요. 어머니와 저는 우리 공동체에 유의미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가치를 지닌 그런 존재를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차이나타운의 랜드마크, ‘시티즌스 세이빙스 뱅크’ 건물을 중국계 미국인 가족으로서 처음 소유하게 되었어요. 이 건물의 열쇠를 손에 쥐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건물이 품고 있는 깊은 역사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이곳은 한때 경제적 안정을 상징하던 공간이었죠. 건물의 열쇠를 쥐고 그곳에 서 있으니 ‘전환’이라는 단어를 떠오르더라고요. 돈의 가치를 아이디어의 가치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요. 그리고 동시 아주 단순하지만 명료한 생각도 들었어요.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하고요.

뉴욕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이나 뉴욕 현대 미술관(MoMA)처럼 영향력 있는 미술 기관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런 환경 속에서 ‘더 왕 컨템포러리’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우리는 훨씬 작아요. 그리고 이건 의도적인 선택이죠. 규모가 작기 때문에 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고, 즉각적인 감각의 작품을 의뢰할 수 있으며, 동시대 문화에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어요. 또 하나의 차별점은 ‘집중’인데요. 현대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디아스포라(Diaspora) 표현, 즉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목소리들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결코 경쟁하려 하지 않아요. 대신 누구나 접근하기 쉽고, 생동감이 넘치며, 현재와 연결된 공간을 만들고자 해요.

그렇다면 뉴욕의 아시아계 청년들에게 이 건물이 어떤 의미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가능성’ 그 자체가 되길 바라요. 누군가 차이나타운의 유서 깊은 건물을 중국계 미국인 가족이 운영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들의 마음속에서도 자신이 이룰 수 있는 것의 경계가 조금 더 넓어지지 않을까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해요. 당신의 정체성과 당신이 품은 포부를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이 두 가지는 충분히, 그리고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어요.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가족, 특히 어머니의 존재는 늘 중요한 부분으로 언급되어 왔어요. 지금은 어머니에게서 어떤 영감을 받고 있나요?

어머니는 언제나 저를 믿어주었어요. 아직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았을 때 조차도요. 제게 위험을 감수하라고, 뉴욕으로 떠나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믿으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그런 믿음은 아주 이른 시기에 자신감을 만들어주었죠. 지금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건 어머니의 멈추지 않는 에너지와 한결같음이에요. 어머니는 늘 먼 미래를 내다보시거든요.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 그러니까 ‘인내’가 필요하다는 걸 상기시켜 주세요.

이 프로젝트를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나눈 대화 중 두 분의 철학이 가장 깊이 공명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유산(legacy)’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순간이 기억나네요.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맥락에서요.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이 일을 할 거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지속 가능하게요. 그 말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흥미로운 무언가를 여는 것’에서 ‘오래 지속될 무언가를 구축하는 것’으로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죠.

개관 전시의 파트너로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MSCHF)를 선택했어요. 종이비행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퍼포먼스는 마치 패션쇼의 피날레처럼 강렬했죠. 이 공간을 처음 찾는 관객들이 이를 통해 무엇을 느꼈으면 하셨나요?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길 바랐어요. 미스치프는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를 만드는 것을 넘어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법을 잘 아는 팀이거든요. 종이비행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을 때 그 순간의 역동성은 정말 대단했어요. 아름다운 혼돈(chaotic) 그 자체였죠. 관람객이 이곳에서 놀라움과 에너지, 그리고 생생한 움직임을 느끼길 바랐어요. (예술 공간 특유의) 위압감이 아니라요.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을 위해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다가오는 5월, 마샬 아츠 페스티벌(Martial Arts Festival)을 준비 중에 있어요. 무술은 규율과 철학, 퍼포먼스가 모두 담겨 있거든요. 문화적이면서도 신체적이고, 동시에 정신적인 영역이죠. 아시아 태평양계(AAPI)의 달을 맞아 이 공간에서 무술을 다룬다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되새기는 동시에, 이를 기념하는 축제의 장이 될 거예요. 이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이유는 오래 지속될 무언가를 만들자는 어머니의 믿음 덕분이에요. ‘더 왕 컨템포러리’의 미래는 규모의 확장이 아닌 일관성에 있다고 생각해요. 기반이 탄탄하고 사려 깊으며 지역 사회와 깊이 연결되는 것. 저는 이 공간이 인위적으로 연출된 무대가 아니라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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