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위고비의 미국 도매구입가격(WAC)이 내년부터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고가 혁신 치료제로 성장해 온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약 시장이 가격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내년 1월 1일부터 위고비 주사, 먹는 위고비, 먹는 당뇨약 리벨서스의 WAC를 기존 대비 35~50% 인하한다. GLP-1 계열 치료제의 월 출고가는 675달러(약 101만원)로 조정된다. 기존 위고비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WAC는 할인과 리베이트를 제외한 도매 납품 기준가다. 미국은 정부가 약가를 직접 통제하지 않는 구조여서 WAC는 보험사·도매상과의 가격 협상 기준이 된다. WAC가 낮아지면 글로벌 시장의 기준 가격도 함께 내려가는 효과를 낳는다.
이번 가격 인하는 특허 만료와 경쟁 심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이달부터 중국·인도·브라질 등에서 위고비의 핵심 성분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만료된다. 중국 자체 개발 신약과 저가 복제약 출시 등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가격을 선제적으로 낮춰 점유율을 방어하려는 전략이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약 720억 달러(약 107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0년에는 1390억 달러(약 206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시장 규모 확대가 수익 확대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관측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례로 톡신 제품은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오히려 심해졌다"고 덧붙였다.
주사제 중심이던 GLP-1 치료제가 경구제로 확대되는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고가 혁신 치료제에서 범용 치료제로 전환되는 과정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비만 치료제 가격 인하와 경쟁 심화는 국내 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GLP-1 계열 비만치료제로는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가장 앞서 있는 상태다.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여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는 대체로 임상 1·2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글로벌 기준가가 낮아지면 국내 신약 역시 가격 책정 과정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임상 비용을 회수하려면 판매 물량을 대폭 늘려야 하지만, 후발 주자가 단기간에 점유율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가 나오더라도 이미 낮아진 글로벌 약가 환경에서는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제형 차별화나 부작용 개선 등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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