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 고조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면서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동 석유 의존도가 약 70%에 달하는 한국 경제로서는 외부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현장의 비명은 수치로 증명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50원을 돌파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지난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를 통해 '석유 최고가격제'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석유 최고가격제란 정부가 석유제품 판매 가격에 일정한 상한선을 설정해 그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제도다.
국제 유가 급등기에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고 물가 폭주를 막기 위한 일종의 '비상 브레이크'인 셈이다.
이번 조치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약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 자율에 맡겨왔던 가격 결정권을 정부가 다시 회수할 만큼 현재의 고유가 상황을 엄중한 경제 위기로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만큼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강제로 누르면 정유사와 주유소의 공급 유인이 사라져 오히려 '기름 부족 사태'가 발생하거나 암시장이 형성되는 등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번 주 내 시행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유류비 부담이 가계 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30년 만에 부활한 이 강력한 처방전이 물가 안정의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시장 왜곡을 낳는 악재가 될지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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