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 중형을 선고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일부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 전 총리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거듭 계엄을 만류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10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해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특검팀은 이날 약 30분간 진행된 PPT 발표를 통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진 한 전 총리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을 오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윤석열 정부의 2인자로서 위헌적 내란 범행에 가담해 핵심적 기여를 했다"며 "비상계엄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칠 생각이 없었던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위원들을 추가로 불러 의사 정족수만을 채워서라도 국무회의 외관을 갖출 것을 건의했고, 이를 위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해 출석을 독촉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 동조 의사를 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대통령 일정 대행 수용'과 '여당 원내대표와의 통화' 등을 언급하며 "이는 비상계엄의 외관을 유지하고, 국회의 해제 의결을 저지하려 한 내란의 핵심 임무"라고 거듭 유죄를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준비해 온 PPT 자료를 통해 약 50분에 걸쳐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국가 신인도 타격 등을 이유로 거듭 만류했다"며 "국헌 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폭동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자고 제안한 것은 계엄을 정당화하려 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국무위원들의 반대 의견을 통해 대통령의 고집을 꺾으려 했던 고육지책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1심 형량이 검찰 구형(징역 15년)보다 높은 것에 대해 "가혹한 처사"라며 "피고인이 고령인 점과 평생 공직에 헌신한 점을 참작해 달라"는 양형 부당 의견도 덧붙였다.
특검팀은 증거조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1심 판결문, 그리고 대통령실 내부 CCTV 영상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를 채택하고, 향후 CCTV 재생을 통해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날 한 전 총리의 항소심 첫 재판 중계를 허가했다. 다만 중계는 법원이 자체 장비를 활용해 녹화한 뒤 재판이 끝나면 법원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게재하거나 언론사에 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26일과 이달 9일 재판부에 재판 중계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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