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공근혜갤러리가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를 예술의 시선으로 성찰하는 특별 기획전 ‘사라지는 풍경들: 우리가 마주한 지구의 시간’을 3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영국의 사진가 마이클 케나, 한국의 회화 작가 진희 박, 핀란드의 사진가 티나 이코넨 등 세 작가가 참여해 급격히 변화하는 지구 환경의 현재를 기록하고, 우리가 마주한 시간의 의미를 되묻는다.
서로 다른 지역과 매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 작가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풍경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2026년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UNFCCC Climate Week)’ 개최지로 한국 여수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시점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공근혜갤러리는 정책과 외교의 언어를 넘어 예술이 기후 위기를 어떻게 기록하고 경고하며 기억하게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마이클 케나는 2007년 강원도 삼척의 ‘솔섬’을 촬영한 흑백 사진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풍경 사진가다. 당시 LNG 가스기지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작은 소나무 군락지는 그의 작품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이는 개발 계획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긴 노출로 포착한 고요한 풍경 속에서 자연의 시간은 더욱 깊이 있게 드러난다. 케나의 사진은 예술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환경 보호의 실질적인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진희 박은 기후 변화로 인해 생태계의 질서가 교란되는 현상을 회화로 풀어낸다. 작가는 멕시코에서 난류를 타고 제주도까지 흘러 들어와 정착한 선인장의 이동에 주목한다.
작품 속 선인장은 단순한 식생 확장의 사례가 아니라 기후 변화로 뒤흔들린 생태 질서의 은유로 등장한다. 화려한 색채로 표현된 화면 속에는 인간 중심적 환경 변화가 남긴 균열과 불안이 함께 자리한다.
티나 이코넨은 지난 30여 년간 그린란드의 빙하와 이누이트 공동체의 삶을 기록해 온 작가다. 그녀의 사진에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후퇴하고 사라지는 빙하의 풍경이 담겨 있다.
차분한 시선으로 기록된 이미지들은 우리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담은 그의 작업은 현대 사회의 무관심을 향한 묵직한 경고로 읽힌다.
공근혜갤러리 측은 “기후 위기를 단순한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재의 시간으로 인식하고, 예술을 통해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과 생태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환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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