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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산하 글로벌 여성 리더십 연구소가 8일(현지시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 인식을 조사한 글로벌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젊은 남성층이 전통적인 성 역할에 더 동의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영국·미국·브라질·호주·인도·한국·일본 등 29개국 성인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킹스칼리지런던 경영대학 산하 글로벌 여성 리더십 연구소와 함께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Z세대(1997년에서 2012년 사이 출생) 남성의 31%는 ‘아내는 항상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한 33%는 ‘가정에서 중요한 결정의 최종 권한은 남편에게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베이비붐 세대(1946년에서 1964년 사이 출생) 남성의 동의율은 각각 13%, 17%로 나타났다.
성 역할에 대한 인식에서도 세대 차이가 확인됐다. ‘여성은 지나치게 독립적이거나 자립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Z세대 남성의 24%가 동의했다. 베이비붐 세대 남성은 12%였다.
Z세대 남성의 21%는 ‘진정한 여성은 먼저 성관계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같은 질문에 동의한 베이비붐 세대 남성은 7%에 그쳤다.
성평등 논의와 관련해 남성의 부담을 느끼는 비율도 젊은 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Z세대 남성의 59%는 ‘남성이 성평등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다’고 답했다. 베이비붐 세대 남성은 45%였다.
● Z세대 “여성 성공에 긍정적-전통 성 역할에도 동의”
다만 Z세대 남성의 인식은 한 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았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여성은 남성에게 더 매력적’이라는 주장에는 Z세대 남성의 41%가 동의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베이비붐 세대 남녀의 동의율은 27%였다.
연구는 Z세대 남성이 스스로에게도 전통적인 남성성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Z세대 남성의 30%는 ‘남성은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베이비붐 세대 남성의 동의율은 20%이다.
또한 Z세대 남성의 43%는 ‘젊은 남성은 타고난 체격과 상관없이 신체적으로 강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Z세대 여성의 동의율은 28%였다.
자녀 돌봄과 남성성의 관계에 대해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Z세대 남성의 21%는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남성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베이비붐 세대 남성은 8%, Z세대 여성은 1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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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비교와 별도로 29개국 전체 응답자의 인식을 보면, 전통적인 성 역할에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비율은 비교적 낮았다. 응답자의 17%만이 ‘여성이 대부분의 육아를 맡아야 한다’고 답했고, 16%는 ‘여성이 가사 대부분을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또 24%는 ‘남성이 가정의 주요 생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더 보수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응답자의 35%는 자기 나라에서 여성에게 육아와 가사 책임이 기대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40%는 남성이 주요 생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고 봤다.
또 전 세계 평균 기준으로 응답자의 21%만이 ‘가정의 중요한 결정은 남성이 최종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 개인적으로 동의했지만, 31%는 사회에서는 이런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희정 글로벌 여성 리더십 연구소장은 “전통적인 성 역할 규범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많은 사람들이 실제 자신의 생각보다 사회적 기대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Z세대 남성의 경우 경직된 남성성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느끼는 동시에 여성에게도 전통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경향이 일부 나타난다”며 “다만 전반적으로는 사회가 보다 유연하고 평등한 성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입소스의 켈리 비버 영국·아일랜드 지사 최고경영자는 “Z세대에서는 여성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전통적인 성 역할에 동의하는 이중적인 인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인식의 공존은 성 역할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다양한 성 역할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넓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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