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37% 인하하면 304원 감소…현재는 7% 인하율로 57원 효과
OECD국가 중 유류세 비중 낮은 편…"국제유가 상승기엔 인하 효과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기름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이하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천906.94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유가가 높은 서울 지역의 평균 가격은 1천946.25원이다.
기름값이 2천원에 육박하면서 정부는 여러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기름값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온다.
과거 기름값이 2천원을 넘었을 당시 정부의 유가 안정 대책은 무엇이었고 실제 유류세 인하가 기름값 안정에 효과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봤다.
◇ 2012년과 2022년 2차례 휘발유 전국 평균가 2천원 넘어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일간 평균 가격이 리터당 2천원을 처음으로 넘긴 날은 2012년 2월27일(2천1.07원)이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對) 이란 제재 강화에 따른 이란산 원유 수출 급감과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선까지 치솟던 때였다.
정부는 그해 4월18일 국내 휘발윳값이 리터당 2천62.55원으로 정점을 찍자 그다음 날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기존 4대 정유사 과점 체제였던 휘발유 공급 시장에 삼성토탈을 새로 참여시켜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도록 했다.
또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게는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대책에는 주유소들이 여러 정유사 제품을 섞어 파는 '혼합 판매'를 활성화하고 이를 방해하는 정유사를 제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당시에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없었다.
정부는 당시 유류세를 내린다고 그 혜택이 서민에게 돌아가는지는 의심스럽다는 이유를 들며 시장의 과점 구조를 바꾸는 데 대책의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후 2012년 6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대로 내려오는 등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국내 휘발유 평균값도 같은해 6월3일부터 1천900원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두바이유 가격이 그해 8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배럴당 110달러 안팎으로 다시 오르면서 2차(8월23∼10월26일)로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천원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당시 국내 기름값은 정부 대책보다는 국제유가 등락에 좌우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또다시 리터당 평균 2천원을 넘은 시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은 지 한 달여만인 2022년 3월15일이다.
휘발윳값은 2022년 3월15∼29일 리터당 2천원을 넘었다가 3월30∼5월25일 1천900원대, 5월26일 다시 2천원대로 올라섰다.
휘발윳값은 같은 해 6월30일 리터당 2천144.90원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21일에서야 2천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당시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이미 유류세를 20% 한시 인하한 상태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경기 반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탔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2022년 4월30일까지 6개월간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전쟁으로 두바이유 배럴당 가격이 2022년 3월에 월평균 100달러를 넘어서자 인하율을 30%로 확대했고 이후 국제 유가가 더 오르자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한도인 37%까지 늘렸다.
당시 유류세 인하율이 확대된 이후 휘발유의 월평균 리터당 가격은 그해 7월 2천29.99원에서 점차 내려가 같은해 12월에는 1천563.68원을 기록했다.
◇ 현재 유류세 인하율 7%…리터당 57원 인하 효과
정부는 '임시방편의 고착화'라는 비판에도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고 2021년 11월12일부터 적용한 유류세 인하를 20차까지 연장한 상태다.
4차부터는 휘발유 유류세와 경유·LPG부탄 유류세 인하 폭에 차등을 두고 있다.
휘발유의 경우 인하율이 4차∼9차(2023년 1월∼2024년 6월) 25%에서 20%, 15%, 10%로 줄어들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7%가 적용되고 있다.
2021년 1차 인하 전 휘발유 기준 세금은 리터당 820원이었다. 유류세(교통세+주행세+교육세) 746원에 부가가치세 10%를 더한 금액이다.
20% 인하된 세율을 적용하면 휘발유의 리터 당 세금은 656원으로 164원 줄어든다. 30% 인하율이라면 247원, 37% 인하율을 적용하면 304원 감소한다.
현재는 7% 인하율로 리터당 57원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휘발유 평균 판매가 1천746.5원 가운데 세금은 852.2원으로 48.8%를 차지했다. 만약 7%의 한시 인하율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휘발유 판매가는 1천803.89원이고 이 가운데 세금은 50.4%(909.88원)를 차지했을 것으로 계산됐다.
◇ "국제유가 상승기엔 유류세 인하 효과 제한적" 분석도
유류세를 인하하면 소비자의 유류비 부담을 일시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 상승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유류를 많이 소비하는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는 구조라는 비판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내는 학술지 '에너지경제'에 2023년 1월 실린 '유류세 인하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장희선·최봉석) 논문은 휘발유의 경우 유류세 인하분의 26∼49%가, 경유는 12∼27%가 판매가에 반영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논문은 "유류세를 30% 인하했던 기간에 경유의 국제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유류세 인하분보다 판매가가 더 많이 상승했다"면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판매가격에 효과적으로 반영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유류세는 원칙대로 징수하고 대신 이 재원을 지원이 필요한 대상에게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휘발윳값 중 세금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낮은 편에 속한다.
유럽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휘발유의 품질기준이 옥탄가 95 이상인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고급휘발유 기준(옥탄가 94 이상)과 동일하다.
오피넷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매주 유류 가격과 세금 비중이 공개되는 22개국의 고급휘발유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둘째 주 기준으로 핀란드(60.92%)·그리스(60.73%)·독일(60.46%) 순으로 높다. 우리나라(46.95%)는 20위를 차지했다. 일본(26.35%)과 캐나다(24.82%)가 21위와 22위다. 미국은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다.
석유협회가 지난해 OECD 23개국의 각국 범용 휘발유 가격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도 한국의 세금 비중은 50.5%로 평균 52.8%보다 적었다.
noanoa@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는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factcheck@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