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동양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온 한국화가 김현정의 작품 세계가 영국 매체를 통해 소개되며 국제 미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매체 런던 저널(London Journal)은 최근 ‘김현정의 한국 초상화: 여성에 대해 말하다(Korean Portrait by Kim Hyunjung: Horses and Words, “Speaking of Women”)’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작가의 대표작 ‘내숭: 여자는 말이죠’를 집중 조명했다. 매체는 전통 한복 이미지와 현대적 오브제를 결합해 여성의 욕망과 사회적 시선을 동시에 드러내는 작품 세계를 흥미롭게 소개했다.
런던 저널은 작품 속 장면에 대해 “말은 본능적으로 당근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말을 탄 여성은 바닥에 놓인 붉은 가방과 하이힐을 바라본다”며 “동물의 욕망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여성의 욕망은 쉽게 평가의 대상이 되는 사회의 시선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작품 ‘내숭: 여자는 말이죠’는 화면 중앙에 놓인 흰 말과 한복을 입은 여성, 그리고 말 앞에 놓인 당근과 바닥의 명품 가방과 신발로 구성된다. 말은 주저 없이 당근을 향해 움직이지만, 여성은 손을 내밀 듯 멈춘 채 가방과 신발을 바라본다. 화면 속 미묘한 거리감은 욕망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더 엄격하다는 현실을 은유한다.
런던 저널은 작품의 색채에도 주목했다. 매체는 “붉은 저고리와 말의 안장, 바닥에 놓인 가방과 신발은 하나의 색으로 연결되며 욕망의 온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김현정 작가는 ‘내숭’ 시리즈를 통해 전통 한복을 입은 여성이 일상의 욕망을 드러내는 장면을 그려왔다. 계단을 성큼 오르거나 커다란 케이크를 먹는 모습, 혹은 말을 타고 명품 가방을 바라보는 장면 등 일상의 순간을 과장된 장면으로 풀어내며 현대 사회의 감정과 모순을 담아낸다.
작가는 인물을 먼저 누드로 그린 뒤 얇은 한지를 염색해 한복을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한지의 질감과 투명한 피부 표현이 겹쳐지며 단정한 전통 이미지와 그 아래 숨겨진 감정이 동시에 드러나는 효과를 만든다.
런던 저널은 “한복이라는 전통적 상징 속에서 드러나는 솔직한 욕망이 작품의 긴장감을 만든다”며 “김현정은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욕망이 어떻게 바라보이는지를 유머와 은유로 표현한다”고 평가했다.
김현정 작가는 선화예술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동양화 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화의 아이돌’이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SNS를 통해 30만 명이 넘는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김 자가는 ‘내숭’ 시리즈를 통해 전통 동양화 기법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한국화 팝(Korean Painting Pop)’이라는 독창적 영역을 구축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희망다리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한국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작품 ‘내숭: 여자는 말이죠’는 말과 여성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를 병치해 욕망을 바라보는 사회적 기준을 되짚는다. 화면 속 장면은 욕망을 숨기지 못하는 순간의 솔직함과 그 솔직함을 둘러싼 시선을 동시에 보여주며, 현대 사회의 감정 구조를 차분하게 드러낸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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