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에 거대한 꽃을 설치한 공간 디자인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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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첼라에 거대한 꽃을 설치한 공간 디자인의 마술사

엘르 2026-03-11 05:43:05 신고

엘리 미즈라히의 대담한 미감과 유크로니아의 상상력이 만난 ‘모노(Mônot)’. 파리 오스만 아파트의 전통적인 골격 위에 유희적 변주를 가미했다.

엘리 미즈라히의 대담한 미감과 유크로니아의 상상력이 만난 ‘모노(Mônot)’. 파리 오스만 아파트의 전통적인 골격 위에 유희적 변주를 가미했다.

‘유크로니아(Uchronia)’는 쥘리앵 세방(Julien Sebban)이 2019년 파리에서 설립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다. 한 편의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이들의 공간은 대담한 컬러와 곡선적 조형미, 위트 있는 장식이 어우러져 독창적 경험을 선사한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감정과 경험에 초점을 맞춘, 머무는 이의 감각적 몰입을 이끌어낸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접근법은 공간이 선사할 수 있는 ‘기쁨’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유크로니아란 ‘시간이 없는 상태’이자 ‘상상의 공간’을 의미한다. 이 개념을 통해 어떤 세계를 그리고 싶었나

우리에게 유크로니아란 시간 흐름이나 기존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시간(Non-Time)’ 상태이자 일종의 유토피아에 가깝다. 디자인이 트렌드 바깥에서 존재할 수 있으며, 감각적이고 서사적 실험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대담한 컬러와 정교한 곡선, 유희적 감각은 유크로니아의 공간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다.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시하는 태도는

기능과 감정 사이에 엄격한 위계를 두지 않고, 아이와 같은 자유로움으로 디자인하는 태도. 즐거움은 움직임과 색채, 예상치 못한 요소에서 비롯되곤 한다. 뜻밖의 곡선이나 순간적으로 감각을 깨우는 색, 미소 짓게 만드는 디테일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즐거움은 결코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공간 경험을 이루는 본질이다.


최근 공개한 샤토 유크로니아(Cha^teau Uchronia)는 유크로니아의 세계관이 농축된 공간처럼 보인다. 어떤 경험을 전하는 장소인가

샤토 유크로니아는 하나의 매니페스토이자 방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은 ‘드림 하우스’다. 몰입감 넘치는 연극적 공간에서 방문자는 다채롭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속적으로 경험하며, 때로는 방향 감각마저 흐트러질 만큼 강렬한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공간 흐름을 따라 배치된 곡선형 가구는 모두 맞춤 제작했고, 집 전체를 하나의 실물 크기 무대처럼 완성했다.


패션 디자이너 엘리 미즈라히(Eli Mizrahi)와 협업한 주거 프로젝트 ‘모노(Mo^not)’는 역사적인 파리 오스만 아파트를 펑키하게 변주한 공간이다. ‘집’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다시 정의하고 싶었나

우리는 집을 고정된 방들의 연속이 아닌 하나의 감정적 풍경으로 재해석했다. 조형적형태와 강렬한 색채를 통해 삶의 다양한 기분과 리듬, 순간을 담아내는 공간을 구상했다. 각각의 공간은 저마다 밀도가 있지만, 전체는 유기적으로 흘러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진다. 그렇게 집은 거주자의 삶과 함께 변화하는 지극히 사적 표현의 장소가 된다.


사막 위에 솟아오른 거대한 인플레이터블 플라워.

사막 위에 솟아오른 거대한 인플레이터블 플라워.

유크로니아는 직관적인 랜드마크를 세워 집단적 경험의 장소를 만들었다.

유크로니아는 직관적인 랜드마크를 세워 집단적 경험의 장소를 만들었다.

작업 중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프로젝트는

코첼라. 국제적이고 에너지가 극도로 밀집된 환경에서 큰 규모의 아트 인스톨레이션을 처음 선보인 프로젝트였다. 이 경험을 통해 공간을 ‘천천히 통과하는 장소’가 아니라,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경험으로 다시 생각하게 됐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설치물을 둘러싼 집단적 에너지였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 공간을 자신의 장소로 받아들이고, 만남의 장소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감정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분명해졌다.


코첼라 2025에서 선보인 자이언트 플라워 형상의 아트 인스톨레이션은 유크로니아의 근작 중 가장 상징적인 모멘트였다

멀리서도 인식 가능한 강력한 랜드마크를 만들고 싶었다. 원초적이면서도 직관적인 형태로, 안정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주는 존재 말이다. 이를 위해 컬러와 스케일, 제스처의 단순함이 중요했다. 설명 없이도 즉각 이해되는 공간이어야 했다. 또, 기능성을 고려했다. 그늘을 만들고, 쉬고, 만나고, 잠시 멈출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 경험은 시각을 넘어 신체적으로 체감될 때 완성된다. 어린 시절의 상상력과 사막의 봄꽃에서 영감을 받아 찰나적이면서 장관을 이루는 아름다움을 구현하고자 했다.


한국의 찜질방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카페 신(Café Shin).

한국의 찜질방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카페 신(Café Shin).

서울에서 가져온 소재와 레퍼런스를 파리의 코드로 번역해, 두 문화의 융합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연출했다.

서울에서 가져온 소재와 레퍼런스를 파리의 코드로 번역해, 두 문화의 융합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연출했다.

유크로니아는 다양한 호스피털리티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을 선보여 왔다. 서로 다른 영역의 아트워크를 관통하는 원칙이 있다면

어떤 맥락이든 변하지 않는 것은 감정과 경험에 대한 집중이다. 모든 프로젝트를 ‘살아보는 이야기’로 접근해 즉각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공간과 오브제를 만들었다. 기능적 환경에서도 컬러와 형태, 소재를 이야기 도구로 삼아 공간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만드는 창의성과 자유를 추구한다.


 ‘셀라돈 그린’이라는 컬러에서 출발한 만다린 오리엔탈 프로젝트(Mandarin Oriental Project).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명도와 질감, 대비를 활용했다.

‘셀라돈 그린’이라는 컬러에서 출발한 만다린 오리엔탈 프로젝트(Mandarin Oriental Project).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명도와 질감, 대비를 활용했다.

지금 가장 흥미로운 소재는

단연 레진이다. 색의 깊이와 투명함, 레이어, 움직임을 탐구할 수 있는 소재다. 즉흥성을 허용하는 동시에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요구하는 예측 불가능한 면도 매력적이다.


시각적 과잉과 속도의 시대에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계 속에서 의미와 숨 쉴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단순히 형태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늦추고 사람들을 연결하며 감정을 일으키는 경험을 상상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는 문화적 책임도 있다. 이야기를 전하고, 장인 신을 존중하며, 획일화에 맞서는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실용과 상상력, 전통과 동시대 창작, 일상과 꿈을 잇는 매개자로 생각한다.


샤토 유크로니아는 유크로니아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즐거움’에 대한 철학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샤토 유크로니아는 유크로니아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즐거움’에 대한 철학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유크로니아를 이끄는 쥘리앵 세방.

유크로니아를 이끄는 쥘리앵 세방.

향후 5년간 스튜디오는 어떻게 진화할까

‘기쁨의 환대(Joyful Hospitality)’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컬러와 감정, 서사가 어우러진 몰입형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진정 환영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방마다 다른 서사가 펼쳐지는 샤토 유크로니아. 공간 흐름을 따라 배치된 곡선형 가구들은 모두 커스텀 제작했다.

방마다 다른 서사가 펼쳐지는 샤토 유크로니아. 공간 흐름을 따라 배치된 곡선형 가구들은 모두 커스텀 제작했다.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로 ‘놀라운 기쁨’을 선사할 계획인가

가장 기대되는 작업은 보르도의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겸 짐 & 스파 프로젝트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고 공간과 컬러가 신체와 움직임, 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 중이다. 한편으로는 보다 친밀한 주거 프로젝트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집이라는 공간이 품을 수 있는 소재에 대한 탐구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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