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HJ중공업이 지난해 실적을 크게 개선하며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과거 조선업 불황과 재무 부담으로 인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까지 겪었지만, 2022년 유상철 대표이사 선임 이후 경영 효율화와 체질 개선·고부가가치 선박 선별 수주를 추진하며 재도약의 틀을 마련했다.
10일 HJ중공업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9997억원, 영업이익 6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24.8% 급증했다. HJ중공업이 영업이익 500억원을 상회한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친환경·고부가 선박 중심의 상선 수주 전략과 특수선 부문의 사업 다각화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건설·조선 양대 사업축 가운데 조선 부문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2022년 전체 매출의 18% 수준까지 축소됐던 조선 부문 매출은 업황 개선과 함께 빠르게 반등해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HJ중공업의 조선 부문을 이끄는 건 유상철 대표이사다. 건설 부문의 김완석 대표이사와 함께 2인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유 대표는 1989년부터 오랜 기간 증권사에서 근무한 ‘재무·전략통’이다. 선박·부동산·항공기·광산 자원 개발 등 실물 자산 투자를 진행하며 선박 분야의 배경지식을 갖췄다. 2015년 동부건설 워크아웃 과정에 참여해 2016~2017년 경영 정상화를 이끌기도 했다.
증권사 근무 경험에서 비롯된 유 대표의 전략적 사고방식은 HJ중공업 경영 전반에 적용됐다. 2021년 8월 HJ중공업 경영진에 합류한 그는 경영 관리 시스템 마련과 비용관리 개선을 주도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22년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는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지속성장 가능한 회사 토대 마련’을 경영 방침으로 내걸고, 친환경 선박 등 차세대 선박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 LNG·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과 암모니아 운반선, 군함 등 고부가 선박을 선별 수주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이었다.
유 대표의 전략은 빠르게 성과를 이끌어냈다. 2023년 5500~9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10여 척과 방산 등 각종 특수선을 포함해 약 2조6500억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고속상륙정과 신형고속정, 독도함 성능개량사업, 해경 3000t급 경비함 등 수주에 성공하며 고부가 선박 전환에도 속도를 냈다.
이는 실적 반등의 바탕이 됐다. HJ중공업은 2023년 13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수주가 실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2024년에는 7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이어 지난해 6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큰 폭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HJ중공업의 설계·건조 기술력도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HJ중공업은 지난달 1만1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했다. 부산 영도조선소는 도크 길이가 300m에 불과하다. 길이가 300m~400m에 이르는 대형 선박을 건조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기술’로 물리적 한계를 극복했다. 일반 컨테이너선과 비교해 선체 폭을 가로로 늘리고, 선박 내 적재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는 최신 설계 기술을 선보였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고민한 끝에 선적량은 유지하고 좁은 독 안에서도 대형 컨테이너선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유 대표는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4월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과 만나 MRO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부산·경남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와 함정 MRO 사업 추진을 위한 클러스터 협의체도 구축했다. 이는 같은 해 12월 국내 중형조선사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 사업 첫 계약 체결에 성공하며 결실을 맺었다. 당시 유 대표는 “회사의 정비 역량과 기술력, 계약 이행 능력 등 MRO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HJ중공업은 구조조정의 상징에서 국내 조선 산업 성장의 증거로 도약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조선 산업 사이클의 수혜를 넘어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조선 산업은 경기 변동이 심한 종목이다. 수주가 몰릴 때는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주문이 쏟아지지만, 호황이 끝나면 수주량이 수직 하락한다.
HJ중공업은 고부가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력과 특수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한미 조선협력프로젝트 ‘MASGA’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HJ중공업은 미국과의 조선 협력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올해 1월 미국 해군 MRO 사업에 참여하는 라이센스인 MSRA를 취득했다. 이 자격이 없으면 군수지원함 등 비전투함 정비로 사업 범위가 제한되지만, 자격을 취득하면 전투함과 호위함을 포함한 미 해군 주요 함정의 MRO 사업에 모두 참여할 수 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미 해군 MRO 사업을 수행할 역량과 기술력·품질·신뢰도를 공식적으로 인증받았다”고 말했다.
HJ중공업은 이번 MSRA 체결을 계기로 연 20조원에 달하는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향후에도 MRO 사업에 만전을 기해 미 해군과의 신뢰 관계를 두텁게 구축할 방침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도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이 해상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MASG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국에 특수선 발주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쟁 확전 시 중형급 군함과 특수선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HJ중공업은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고속상륙정 기술력을 알리며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당시 UAE 사절단이 영도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생산 현장과 건조 중인 고속상륙정 실물을 살펴보기도 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대형 상선, LNG·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특수선을 아우르는 기술력을 보유했다”며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만큼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 전쟁으로 방산 함정이나 에너지운반선 등 신조 시장이 열리면 더욱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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