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은미의 리걸태그] "진짜 사장이 나와라"…노란봉투법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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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미의 리걸태그] "진짜 사장이 나와라"…노란봉투법 첫날

아주경제 2026-03-10 16:39: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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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노동계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택배·공항·대학 청소 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 교섭을 촉구했다. 이들은 "택배 노동자의 노동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와야 한다"며 과로 문제 해결과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도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결의대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촉구했다.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도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본부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원청 교섭 쟁취'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동계는 법 시행을 계기로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원청도 사용자'…교섭 구조 바꾼 노란봉투법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별칭이다. 핵심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도 자신의 근로 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원청 기업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그동안 간접고용 구조에서는 하청 노동자의 법적 사용자가 하청업체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실제로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 기업이 교섭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개정법은 이런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라면 직접 고용 관계가 없더라도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했다. 하청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구조적 통제'가 관건…누가 진짜 사용자인가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GPT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GPT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법 시행이 곧바로 원청 교섭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쟁점은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다.

개정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 인력 규모, 작업 환경 등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흔히 '구조적 통제'라고 부른다.

실제 분쟁에서는 이 기준을 둘러싼 해석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청 기업이 교섭 요구를 거부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노동위원회 판단과 법원 판례가 쌓이면서 구체적인 기준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무엇이 달라지나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모든 하청 노동자가 곧바로 원청과 교섭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 물류센터나 공항·대학 등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나 업무량이 사실상 원청의 정책과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라면 이제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하청 노동자들은 임금이나 노동 조건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교섭 책임은 하청업체가 지는 구조 속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번 법 시행으로 이러한 구조가 일정 부분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노동계에서 나오고 있다.
 
첫 충돌은 어디서…택배·철강·공항 주목
법조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의 첫 시험대가 될 산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택배·철강·조선·공항 등 다단계 하청 구조가 뚜렷한 산업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들 산업은 원청 기업이 작업량이나 업무 방식, 인력 운영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택배 노동자나 공항 노동자, 대학 청소 노동자 등이 법 시행 첫날부터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구조와 관련이 있다.

향후 원청 기업이 교섭 요구를 거부할 경우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쳐 법원까지 이어지는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섭 확대 vs 갈등 확대…노사 시각 충돌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GPT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GPT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노동계는 법 시행을 계기로 원·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임금 격차와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노총은 법 시행과 동시에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하는 등 교섭 요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등 간접고용 노동자 약 14만명이 속한 산별노조들도 교섭 요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대응에 나섰다. 한국노총은 '200만 조직화 사업'을 선포하고 하청·플랫폼 노동자 조직 확대에 나섰다.

반면 경영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를 넘어서는 무리한 교섭 요구는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배 제한 논쟁…노조 활동 보장인가
노란봉투법의 또 다른 핵심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다.

그간 기업들은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를 이유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개인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노동계는 이런 손배 청구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주장했다.

개정법은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개별 노동자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했다.

노동계는 노조 활동의 위축을 막는 조치라고 평가하는 반면 경영계는 불법 파업 억제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란 봉투에 성금 모은 쌍용차 파업 사건서 유래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사건에서 유래했다.

당시 파업 노동자들에게 수십억원대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모아 전달하는 운동이 시작됐다. 이 사건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와 간접고용 구조 속 노동권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이후 노조법 개정 요구가 이어지면서 결국 이번 법 시행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법 시행 초기 3개월을 집중 점검 기간으로 운영해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절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란봉투법이 실제 노동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산업 현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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