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봄이 고개 드는 3월, 서울에서 만나는 전통 예술의 전시공간들이 다채로운 기획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 공예와 회화적 상상력까지 장르와 시선은 다양하지만 공통된 흐름은 ‘전통의 현재적 재조명'으로 좁혀진다.
◇ 금기숙 기증특별전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
먼저 금기숙 작가의 기증특별전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이 눈길을 끈다. 앞서 금기숙 작가는 패션 아트 작품 총 56점과 아카이브 자료 총 485점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금 작가는 전통 한복의 선과 구조에서 출발해 철사·비즈·실크 거즈 등 비전통 재료를 결합함으로써 40여 년간 '패션 아트'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왔다. 다양한 재료를 결합해 완성한 복식과 대형 공간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사회적 코드와 미적 질서를 새롭게 묻는다. 한복이 현대적 조형 언어와의 접점을 통해 오늘의 시각예술로 소환되는 경험이 가능한 전시다.
특히 3층 전시장 도입부 ‘Dreaming’ 공간의 가운데 놓인 ‘백매(白梅)’ 드레스는 검은 거울과 조명 연출이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준다. 와이어 드레스와 한복 조형, 업사이클링 작업, 아카이브 자료는 40여 년에 걸친 작가의 창작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며 전통 복식의 조형성이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의 미로 확장된 과정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
◇ '공예동행@쇼윈도 #1. 누적의 형상 Forms of Accumulation' 기획전
금기숙 기증특별전과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기획전 '공예동행@쇼윈도 #1: 누적의 형상'도 주목된다. 전시된 작품은 39세 이하 공예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서울공예박물관 2026년 ‘시민소통 공예프로그램’ 선정작이다.
이번 전시는 조형 요소의 반복과 축적을 통해 공예가 갖는 장인의 누적된 노동과 형태의 시간성에 주목한다. 이창희 작가의 선정작은 쇼윈도를 통해 전통 공예가 현대적 예술과 만나 어떻게 조형적 대화를 풀어낼 수 있는지 살핀다.
◇ ‘미완의 식물지–이소요’ & '꽃 시계―안나 리들러' 전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미완의 식물지–이소요’, 꽃 시계―안나 리들러 전(展)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조적 시선을 중심으로 한다. 동·서양 전통 회화에서 자연은 고유의 상징과 정서를 담아왔고 한국 회화에서도 자연 관찰과 기록은 오랜 전통이었다.
이소요는 예술가의 연구에 동참해 책에 담긴 식물지식과 책 밖에 실재하는 식생대 형성을 탐구해왔다. 채집한 연구자료를 설치미술 작품으로 구현해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문헌 분석과 현장 조사를 수행하며 지식의 생성과 흐름을 탐구하는 이소요의 연구기반 예술은 전통적 자연 인식이 현대 미디어와 감각의 문법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보여 준다.
안나 리들러는 인공지능 데이터 세트를 활용한 창작이라는 새로운 예술 실천으로 주목받는다. 이번 작품들은 18세기 생물학자 칼 린네의 ‘꽃의 시계’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24시간 혹은 1년이라는 인간이 구축한 시간의 흐름을 하루 중 특정 시각에 피고 지는 꽃들의 생리적 리듬으로 시각화한 작업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시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작은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을 모색하며 디지털 시대의 예술에 대해 묻는다.
한편 민화와 전통회화의 도상이 현대 회화언어로 확장되는 자리 역시 이번 봄 전시의 주요한 볼거리다. 전통회화의 원형과 민화(民畵)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인사동 일대 소규모 기획전이 3월 초중순 중심으로 이어진다. 조선 시대 민중의 일상을 미술언어로 형상화한 민화를 통해 호랑이, 까치, 꽃 등의 도상이 갖는 길조와 풍요의 상징적 의미를 엿볼 수 있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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