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오일쇼크 우려가 커지면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안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의 전략적 가치가 글로벌 전력 시장에서 높아지면서 한국 원전 수출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원전 건설 역량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해 온 한국이 이번 오일쇼크로 해외 원전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질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 석유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원자력 발전의 정책적 중요성은 다시 부각되곤 했다. 전쟁이나 지정학적 갈등으로 화석연료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반복됐고 각국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 확대를 검토해 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겪은 뒤 전세계적으로 원전 확대 흐름이 나타났다. 전 세계 가동 원전은 1970년 78기에서 1980년 284기로 크게 늘었고 1989년에는 420기에 달했다.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각국이 원자력 발전을 주요 전력 공급원으로 채택하면서 1970~1980년대는 사실상 ‘원전 건설 붐’ 시기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일쇼크 이후에도 원전 건설 붐이 다시 일어날 경우 원전 건설 경쟁력을 갖춘 한국 원전업계가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서방 국가들이 오랫동안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공급망이 약해진 상황이라 지금은 오히려 원전 산업 기반을 유지해 온 한국에 해외 원전 수주 기회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장기간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관련 공급망이 약화된 반면 한국은 원전 건설 경험과 산업 생태계를 일정 수준 유지해 왔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입찰에서도 한국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원전 발주가 확대될 경우 대형 원전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비산유국의 경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전력 공급원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원자력 발전을 대안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은 현재 해외 원전 사업과 관련해 베트남 등을 대상으로 사업 추진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 불안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이들 국가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단으로 원자력 도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에너지 위기가 원전 확대 논의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실제 건설 증가로 이어질지는 각국의 경제 여건과 전력 수요 전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원전은 초기 투자비가 매우 큰 사업이기 때문에 각국이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쉽게 건설을 결정하기 어렵다”며 “유가 상승으로 경제가 침체되거나 전력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원전 건설 붐이 다시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해 ‘오일쇼크’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1997년 유가 자율화 이후 약 29년만에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 도입을 추진하고 유류세 인하 확대와 운수업 종사자 유가보조금 지원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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