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상승과 분양가 인상 여파로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도 미달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로또 청약’으로 불리던 분양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입지와 가격 경쟁력에 따라 청약 성적이 크게 갈리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경기권에서 진행된 아파트 분양 단지 가운데 상당수가 1순위 청약에서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단지는 2순위 청약이나 무순위 청약까지 진행했지만 물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수도권에서도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청약 성적이 크게 갈리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경기 구리시 수택동에서 공급된 ‘구리역 하이니티 리버파크’는 1순위 청약에서 749가구 모집에 2933명이 신청해 평균 3.9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일부 주택형이 미달됐다. 전용 29㎡는 103가구 모집에 66명만 접수해 0.64대 1, 전용 110㎡는 56가구 모집에 23명만 신청해 0.41대 1에 그쳤다. 해당 단지는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13억5070만원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인근 시세 대비 가격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수지자이 에디시온’ 역시 일부 주택형이 미달돼 이후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모집 가구보다 신청자가 적은 상황이 발생했다. 성남 분당구 ‘더샵 분당센트로’의 경우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21억8000만원에 달하면서 고분양가 부담으로 계약 포기 물량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분양가가 15억원을 넘는 고가 단지에서 수요 위축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주택 가격이 15억~25억원 구간일 경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제한되고,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까지 줄어든다. 반면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고가 단지일수록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과거 분양 시장은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 왔다. 실제로 2023년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에서 분양된 ‘흑석리버파크자이’는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전용 83㎡ 10만4924대 1, 전용 52㎡ 82만9804대 1을 기록하며 단기간에 완판됐다. 당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당첨만으로도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증가 등이 겹치면서 분양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1595만30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수도권 평균 분양가 역시 975만6000원으로 1000만원에 육박했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부담을 분양가에 반영하면서 분양가와 주변 시세 간 격차가 줄어드는 단지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당첨만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지가 많아지면서 청약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기조와 금융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졌다. 중도금 대출과 잔금 마련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당첨 이후 계약을 포기하거나 청약 자체를 미루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분양가 상승과 금융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과거처럼 ‘청약만 하면 완판’되는 시장 환경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에서도 입지와 가격 경쟁력이 부족한 단지는 미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 시장은 분양가 수준과 대출 가능 여부에 따라 청약 성적이 크게 갈리는 상황”이라며 “분양가가 높은 단지일수록 수요가 제한되면서 미달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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