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반미국가 '이란' 최고지도자 폭사시킨 미국… 김정은도 불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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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반미국가 '이란' 최고지도자 폭사시킨 미국… 김정은도 불안할까?

BBC News 코리아 2026-03-10 14:34: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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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를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간부들과 함께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이 사진은 날짜가 명시되지 않은 채 2026년 2월 26일에 공개됐다
Reuters

37년간 이란을 철권 통치해온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의 기습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미국은 '누가 다음 지도자가 되든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을 '대사탄'(Great Satan)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해 온 강성 반미 국가의 중심축이다.

특히 이번 이란 전쟁은 북한과 공유하는 '반제국주의·반미 자조' 노선이 실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 사례로, 당연히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란 신정체제의 정점이자 절대 권위자였던 하메네이의 죽음이 북한과 이란이 맺어온 '반미 혈맹' 전선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상당한 충격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메네이의 폭사를 목도한 북한은 이를 '협상 중에도 수틀리면 최고지도자를 제거한다'는 미국의 본심으로 해석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 미국과 이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4차 핵 협상을 앞둔 상태였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협상 이후 미국과 이란은 나란히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틀 뒤인 28일 대이란 공습이 시작됐고 하메네이는 사망했다.

다음 차례는 김정은?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도 혹시 모를 불안감에 떨고 있을까? 다음 차례가 자신일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공통적으로 언급된 두 가지가 있었다. 핵무기와 중국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국가정보원 북한분석팀장을 지낸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BBC에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삼지연으로 도망간 적은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전혀 다르다"고 평가했다. 부자 간 개인적 성격도 다르거니와, 내부 상황이나 세력 관계 특히 군사 전력 측면에서 현재의 북한은 전혀 위축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게 북한이란 핵심 이익에 가까운 전략적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다"면서 "북러관계 밀착으로 북중 관계가 소원한 듯 보여도 중국은 자신들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매우 단호하며 김정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했다. 미국이 김정은에 대한 참수작전을 벌이거나 미사일 공습을 해올 경우 그저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북한 외무성이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을 '불법무도한 침략 행위'이자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 침해'라고 강력 규탄하면서도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놓고 저격하지 않은 점은 북한이 마지막 선을 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3월 31일 트럼프의 방중을 계기로 한 북미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지금은 김정은이 오히려 더 당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울러 "과거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했을 당시와 현재 북한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며 "김정은이 도망가거나 두려움에 떨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두려워 한다 하더라도 그 불안감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란 사태 이후 대비 태세를 다시 한번 점검하겠지만 스스로 위축된다거나 위협을 느낀다는 사실을 외부에서 알게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불안함을 드러낸다면 스스로 '하수'임을 증명하는 셈"이라며 "최근 북미 협상이 가시권에 들어왔고 그러한 동향이 지난 9차 당대회에서도 읽혔다는 점에서 공개 행보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이던 지난 2013년 3월 미군의 전략폭격기 B-2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되자 약 열흘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바 있다. 이를 놓고 당시 첨단 스텔스 자산에 의한 '참수 작전'에 김정은이 느끼는 실존적 공포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KCNA)이 공개한 사진은 2025년 1월 6일 북한 내 미상 구역에서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 발사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PA-EFE/REX/Shutterstock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25년 1월 6일 북한 내 미상 구역에서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은 절대 혼자 죽지 않는다?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을 지켜보는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는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하메네이의 죽음이 그에게 항복이 아닌 '폭주'의 명분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통째로 핵 인질로 잡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북한에 칼을 빼 드는 순간 김정은은 곧바로 서울과 도쿄에 핵을 쏠 것"이라는 극단적인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란은 IAEA의 사찰을 받느라 핵 개발을 제때 하지 못했지만 북한은 결국 해냈다"며 "한국 내 이란 외교관들은 극구 부인하지만 이스라엘 정보국에서도 확인했듯 이란이 북한의 핵 기술을 배워오려고 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북한은 바로 한국와 일본에 핵을 쏠 것"이라며 "중국이 중재에 나서거나 미국을 말릴 물리적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수만 명의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역내 상황 속에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을 치는 것은 이란 공습과는 차원이 다른 '위험한 도박'이라는 것이다.

한편 장용석 연구원은 "북한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선제 타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김정은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는 핵무기뿐만 아니라 신형 600mm 초대형 방사포(KN-25)가 있다"며 "한국 수도권이 북한의 직접적인 타격권 안에 있고 한국이 이스라엘이나 미국 또는 중동 국가들처럼 이란의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방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남북 간 물리적 거리가 가깝고 미사일이 날아오는 시간 자체가 짧아 대응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하마스나 헤즈볼라 등 중동 내 프록시 세력들이 이미 많이 약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란은 사실상 무장 해제된 것과 다름없었다"면서 "핵과 재래식 전력으로 무장한 북한과 비교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엘렌 김 학술부장 역시 "하메네이 제거 작전을 북한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지시간 3일 KEI와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IIPS)가 공동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군사작접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며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작전이고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는 바로 그곳에 있다"고 우려했다.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이번 이란 전쟁과 하메네이의 사망은 김정은에게 미국과의 협상보다 '핵무력만이 체제 생존의 유일한 길'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핵이 없었기 때문에 하메네이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아울러 '악의 축' (이라크와 이란, 북한) 중 유일하게 남은 자신들이 다음 타겟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 속에 북한은 향후 핵 보복 능력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부연했다.

2018년 8월 7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회담 중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오른쪽)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악수를 하는 모습
AFP via Getty Images
2018년 8월 7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회담 중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오른쪽)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란 내 북한 사람들도 피난을 갈까?

북한과 이란은 1973년 4월 15일 공식 수교했다.

그리고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에 반미 정권이 들어서면서 양국 관계가 급물살을 탔는데 이후 단순한 수교 관계를 넘어 지난 50여 년간 미국에 공동으로 맞서 온 '반미 최전선 혈맹'으로 자리잡았다.

실제 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가 되기 직전인 1989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났다. 당시 그는 10만 평양 시민이 환영할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는데 이때 맺은 인연이 북한-이란 미사일 협력의 뿌리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수교를 맺은 만큼 당연히 북한 평양에는 이란 대사관이, 이란 테헤란에는 북한 대사관이 자리한다. 물밑에서 군사 협력이 오랫동안 진행돼온 만큼 이란 내 거주하는 북한 국적의 미사일 기술자와 군 관료를 비롯해 건설 및 어업 종사자 등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테헤란에 북한 대사관이 있고 기술자들도 상주한다면 그들은 이번 이란 전쟁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한국 정부는 전세기 동원 및 방탄차 투입 등을 통해 현지에 발이 묶인 자국민들에 대한 귀국 지원을 이어가는 상황인데 북한도 과연 그럴까?

북한에는 '자국민 후송'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전쟁터에서도 대사관 직원들에게 '초소(대사관)를 끝까지 지키라'는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현지 대사관은 단순한 외교 창구가 아니라 수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영토'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과거 중동 정세에 깊숙이 관여했던 북한 출신 전문가는 "북한의 무기 수출 1위 국가는 이란, 2위는 시리아였다"며 "이란에 군사무기 기술자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유사시 친북 국가에 파견한 사람들에게 "철수하지 말고 함께 싸우라"고 한다면서 북한의 사고방식으로는 "어려울 때 빠져나가는 것을 비겁하게 여긴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 인생관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라며 "북한에서는 당과 국가, 민족을 위해 생명을 바치는 것이 가장 값 높은 삶이라 교육하기 때문에 대체로 사람들이 그런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란은 반미 최전선으로, 미국에 맞서 이란 국민과 함께 결사 항전해는 것이 '반미 혈맹의 도리'라고 그는 전했다.

여기에 물리적 한계 역시 명확하다. 고려항공의 노후화 및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은 분쟁 지역에 긴급 전세기를 띄울 자금력이나 항공 통제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장지향 연구위원은 자국민을 사지에 방치하는 북한 당국의 무책임을 언급하며 "북한은 그들을 구출할 여력도, 마음도, 능력도 안 될 것이다. 죽으면 영웅 칭호 하나 내려오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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