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컬이슈] 문화보국의 위기, 간송미술관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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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컬이슈] 문화보국의 위기, 간송미술관의 명암

뉴스컬처 2026-03-10 12:13: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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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일제강점기 사재를 털어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낸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상징이었던 간송미술관에 '국보'라는 이름 대신 횡령과 가압류라는 딱지가 붙어다니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은 전시 자금 명목으로 받은 은행 대출금 중 약 29억 원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개인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디어아트 전시 제작업체들에 수십억 원의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제68호)이 가압류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문화재를 지키고자 했던 간송의 자산이 채무의 담보가 되어 묶여버린 셈이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 13세기, 높이 41.7cm, 간송미술관 소장. 사진=국가유산포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13세기, 높이 41.7cm, 간송미술관 소장. 사진=국가유산포털

◇ '물납제'부터 'NFT' 실험까지... 간송미술관의 어제와 오늘

간송미술관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립 미술관으로서 겪는 만성적인 재정난과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상속세 문제를 둘러싸고 간송미술관은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간송미술관의 재정적 어려움은 2020년 국가 보물인 금동불상 2점이 경매에 나오면서 표출됐다. 당시 미술관 측은 누적된 재정난과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하기 위해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에 내놨다. 두 보물은 한 차례 유찰 뒤에 국립중앙박물관의 품에 안겼지만, 국보급 유물이 사설 경매장에 나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당시 현행법상 상속세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으로만 낼 수 있었다. 간송의 사례는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세금을 낼 수 있게 하자는 '미술품 물납제' 도입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건희 컬렉션' 기증과 맞물려 2021년 말 상속세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이는 역설적이게도 간송미술관이 남긴 유산이 됐다.

훈민정음해례본, 1446년, 반곽 23.3×16.6cm, 간송미술관 소장. 사진=국가유산포털
훈민정음해례본, 1446년, 반곽 23.3×16.6cm, 간송미술관 소장. 사진=국가유산포털

물납제 논의가 한창이던 시절, 간송미술관은 또 다른 돌파구로 블록체인 기술을 선택했다. 지난 2021년 국보 제70호 '훈민정음해례본'을 NFT(대체불가토큰)로 발행하면서 또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NFT는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고유의 인식표가 부착되어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토큰을 뜻하는데, 이를 통해 실제 유물은 보존하되 디지털 소유권을 팔아 운영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미술관 측은 훈민정음해례본 NFT를 100개 한정(1점당 1억 원)으로 발행해 경매에서 총 4억 원을 판매했다. NFT 사업은 외견상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자금 수혈이라는 실험에 성공한 듯 보였으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2022년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힘을 모아 국보 불상(금동삼존불감 등)을 공동 구매하려 했던 '국보 DAO'는 목표 금액 미달로 무산됐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일종의 조각투자 개념이었지만, 현실의 제도적 장벽을 넘기 어려웠다. NFT 투자는 법적으로 소유권이나 수익 배분을 보장받기 어려웠기 때문에 '기부 증서'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했다.

◇ 근본적 재무 구조 개선에 실패... 사법리스크로 번진 재정난

간송미술관의 재정적 어려움은 최근 법적 분쟁으로 불거져 나왔다. 지난해 미디어아트 전시 제작업체들이 정산금 미지급을 이유로 대구간송미술관에 전시 중이던 유물을 가압류하면서다. 전 관장은 "사기 의도는 없었고, 전시 실패로 발생한 투자 손실"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제작사들은 "정산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시를 추진했다"며 맞서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올해 간송 전형필 선생의 탄신 120주년을 맞아 대규모 전시를 기획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동시에 국보 가압류와 관장의 횡령 의혹이라는 족쇄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민족의 얼과 혼을 지켜내고 문화적 자긍심을 일깨우려 했던 간송 선생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간송미술관의 올 한 해는 국민적 신뢰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혹독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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