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알마 펠트핸들러가 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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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알마 펠트핸들러가 전하는 이야기

더 네이버 2026-03-10 10:54:16 신고

알마 펠트핸들러, ‘W1’, 2025, 리넨에 목탄, 유채, 50×30cm.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알마 펠트 핸들러(Alma Feldhandler)의 국내 첫 개인전 <가장 최신의 것(The Latest Thing)>이 서울 마이어리거울프에서 3월 26일까지 열린다. 1996년생 작가는 그간 사진 아카이브를 양분 삼아 회화 작업을 이어왔다. 그가 수집한 이미지에서 관심사를 짐작할 수 있는데, 유대인 디아스포라부터 빅토리아 시대 런던, 패션 화보 등 시대와 장소, 상황을 가리지 않고 방대하게 뻗어간다. 하지만 작가가 색채를 아주 얇게 겹겹이 쌓아 묘사한 인물들은 슬픔을 내면화한 근대인의 초상처럼 다가온다. 복식을 통해 시대를 유추하다가도 어느새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이유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업한 33점의 신작은 대부분 패션 아카이브와 매거진 속 패션 화보를 참고했다. 광고 사진 속 모델처럼 어떤 인물은 화면 밖 관객을 바라보고, 또 누군가는 특정 상황 속에 놓여 있다. 과거 특정 시대의 복식과 상징이 후기 자본주의 패션 이미지와 결합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의 매끈한 질감이 사라진 회화 작품에는 그리움과 향수, 애수 같은 정념이 따라붙는다. 패션을 다뤘지만, 사전적 의미로 패셔너블하지도 팬시하지도 않은 작품을 완성한 작가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알마 펠트핸들러, ‘무제’, 2025, 리넨에 목탄, 유채, 10×18cm. 

이번 전시작의 사이즈가 대체로 작다. 신작을 이 같은 소품으로 작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평소 소품과 대작을 오가며 작업하는데, 1보 전진하고 
2보 후퇴하는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거대한 캔버스에서 아주 작은 크기로 옮겨가는 과정은 테크닉에 더 풍성한 공간과 자유를 가져온다. 더불어 작가의 작업에서 일상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최근 기존의 스튜디오를 떠나 임시 작업실을 전전해야 했기에 대형 작업을 하기에는 마땅치 않았다.


대부분 작품은 지하에 걸려 있고, 1층 난간에서 먼 벽에 걸린 드로잉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치했는데. 작품 배치는 늘 전시 공간에 따라 결정된다. 평소 스튜디오에서 설치에 대한 고민 없이 작업에만 집중한다. 설치는 전시에 따르는 별개의 일이다. 솔직히 설치 과정에 소질이 있는 편이 아니고 즐기지도 않는다. 작품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서다. 그래서 보통 신뢰하는 친구 및 동료들과 함께 연출과 설치 방식을 고민한다.


신작을 작업할 때 패션 아카이브와 화보 이미지를 참고했다고. 구체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조사했나? 특별히 시대를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주로 18~21세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집중했다. 아카이브 속 패션의 역사가 다분히 유럽 중심적이라, 그 부분이 이번 전시의 취약점일지도 모르겠다.

1 작품 앞에 서 있는 알마 펠트핸들러 작가. 2 알마 펠트핸들러, ‘누구에게나 가장 젊은 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2025, 캔버스에 유채, 27×22cm.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 적도 있다고 들었다. 패션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 스타일과 옷은 내게 언제나 중요했다. 이디시어에 ‘슈마테(shmatte)’라는 단어가 있다. 누더기부터 무도회 드레스까지 거의 모든 옷을 슈마테라 일컫는데, 이는 내가 패션과 맺고 있는 감각적인 관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이다. 


아카이브, 즉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흔적을 작업에 참고해왔다. 사진 형태의 아카이브를 회화로 재현하는 행위는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사진을 보고 독학으로 배우던 시절에는 사진이 작업의 큰 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을 덜 활용하고 더 큰 자유를 좇고 있기에 그 과정이 무척 설렌다.


아카이브에서 이미지를 선정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우연과 자연스러운 과정을 따르지만, 수집한 이미지가 작품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이미지는 표면적인 단서일 뿐, 내가 사랑하는 질감을 비추는 역할만 한다. 그 질감은 드로잉을 통해서만 구현할 수 있다. 수년간 쌓아온 이미지가 정말 방대한데, 몇 가지만 꼽자면 유대인과 사회주의 역사, 패션 및 복식 아카이브, 영국의 이미지 등이 있다.


작품 소개 글과 전시 리뷰에 반복해 등장하는 단어가 ‘유령’, ‘천사’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속 인물을 보며 절망을 내면화한 러시아 소설 주인공을 떠올렸다. ‘유령’은 단순히 과거와 연결되는 단어라 충분히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내 인물을 스팀펑크라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물론 외형이 스팀펑크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은 시대착오적이며 산업사회의 위협과 약속 사이, 혹은 완전한 파멸의 틈새에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포스트모던 사회를 바라볼 때 그러한 지점에 집중한다. 또한 러시아 문학 가운데 시베리아의 황무지나 강제수용소에 관한 글을 읽기도 했다. 도스토옙스키가 실제로 강제 노동과 유형 생활을 겪고 집필한 <죽음의 집의 기록>, H. 레이빅이 유대인 정치범의 시각으로 더 가혹하고 폭력적인 환경을 묘사한 <Dans les Bagnes du Tsar(차르의 감옥에서)> 등이 떠오른다.

알마 펠트핸들러, ‘무제’, 2025, 스케치북 종이에 목탄, 38×52cm.

가로 비율이 긴 작품들은 고대 벽화처럼 구성이 평면적이다. 이 같은 구성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그 작품들은 드로잉 습작에 가깝다. 스튜디오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낭비를 줄이기 위해 남은 캔버스나 종이에 떠오르는 것들을 그리곤 한다.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이다. 신기하게도, 이처럼 형식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전시작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인물화 사이에 하나뿐인 두루미 그림이 눈에 띈다. 특별히 좋아하는 동물은 아니지만, 두루미의 가는 다리와 둥그런 몸이 이루는 균형이 무척 아름답고 그리기에도 즐겁다. 이번 전시에 사람이 아닌 대상을 그린 작품이 적어도 하나쯤 있기를 원했고. 한국에서 500원 동전 속에 두루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파리에 챙겨 왔다.


자화상을 그린다면 그림 속에서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아주 어릴 적부터 고수해온 앞머리(뱅헤어)는 꼭 그려 넣을 것이다. 그리고 치마와 행운의 아이템인 울 스웨터를 입고 있겠지. 사랑하는 가족과 화가 친구인 알렉스 폭스턴(Alex Foxton)이 포함된 대형 작품이 될 것 같다.   

자료 제공 마이어리거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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