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발끝’에서 시작된 ‘치유’와 ‘회복’의 시간
-고객의 일상을 ‘졸업’시키는 33년 차 테라피스트
-K-바디테라피스트,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진심
“발끝에서 시작되는 진심으로 몸의 잃어버린 회복 리듬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김숙희 원장은 인터뷰 내내 같은 방향을 이야기했다. 회복, 균형, 그리고 삶의 질. 더나움이라는 이름의 이곳 공간은 화려한 장식보다 차분한 향으로 먼저 말을 건넨다. 약초 오일과 가루가 어우러진 은은한 공기에서 그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천천히 꺼냈다. 은행 창구에서 근무했던 당시 반복되던 피부 트러블로 관리실을 찾았던 기억이 시작이었다. 단지 예뻐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피부가 좋아졌다가 왜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오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그 질문은 점점 커졌고 결국 새로운 인생 도전에 나설 만큼 깊어졌다. 안정된 자리를 내려놓는 선택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길이 어느덧 33년이다. 더나움이 기술보다 시간의 축적이 먼저 느껴지는 공간인 이유다.
피부를 넘어 구조로, 질문에서 시작된 33년의 테라피
테라피스트로서 김숙희 원장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피부 관리 기술을 배우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단순하지 않았다. 본인도 경험했던 일이지만 관리 직후에는 분명 좋아졌다고 말하던 고객이 몇 주 뒤 다시 같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왜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까. 왜 같은 프로그램이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할까. 그 의문은 그를 멈추게 했다. 그는 답을 찾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고 근육과 관절의 연결을 익히며 몸을 구조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결국 테라피는 표면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읽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건강하지 않은 미용은 없다’라는 그의 확신은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
인도 대체의학인 ‘아유르베다’를 접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는 이를 단순한 마사지 기법이 아닌 전통 의학 시스템으로 이해했다. 명상과 요가, 체질과 식이요법까지 포함된 통합적 관점은 그가 바라보던 몸의 구조를 더욱 확장시켰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한국인의 체형과 생활 패턴에 맞춰 재해석했다. 약초 오일과 가루를 활용해 마찰을 만들고 그 열로 굳어 있는 조직을 풀어내는 방식은 그렇게 완성됐다. 그는 강한 압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비벼서 열을 만들고 몸이 스스로 반응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수없이 반복된 현장 경험이 그 방식을 다듬었다.
수기 관리에서 발을 사용하는 관리로 전환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오랜 시간 손으로 관리하다 보면 테라피스트의 몸이 먼저 지친다. 그는 스스로 오래 서 있기 위한 선택을 했다. 발은 체중을 실어 안정적으로 압을 전달할 수 있고 넓은 면으로 깊은 부위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움직임이 제한적이던 고객이 조금씩 가동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단번의 기적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과 누적을 신뢰한다. 그의 기록이 과장 없이도 공감을 얻은 이유다. 기술은 설명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현장에서의 축적이 말해준다. 한때 그는 헤나 사업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다수의 지점을 운영하며 성장했지만 외부 환경의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김숙희 원장은 당시의 경험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방향을 다시 세우는 계기였다고 말한다. ‘더나움’이라는 네이밍도 이후 탄생하게 됐다. 자신은 물론 고객도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 돌아온 자리에서 그는 기준을 더 단단히 했다. 단기적 효과보다 균형, 기술보다 태도였다.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 기술을 넘어 시스템으로 남기다
33년 차 테라피스트로서 김숙희 원장이 늘 강조하는 목표는 ‘고객을 빨리 졸업시키는 것’이다. 그는 관리가 반복되는 구조를 만들기보다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데 집중한다. 예약이 들어오면 먼저 묻는다. 어디가 불편한지, 최근 생활 패턴은 어떤지, 잠은 제대로 자는지. 대화로 몸의 흐름을 읽는다. 특정 부위만 다루지 않는다. 어깨의 긴장은 골반과 연결되고 허리의 통증은 발의 균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신을 관리하되 우선순위를 정해 접근한다. 무리하게 자극하지 않고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로 조절한다. 그는 관리 후 고객의 표정을 유심히 본다.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라는 말보다 스스로 움직임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일상 동작이 불편했던 고객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수월해졌다고 말했을 때 그는 비로소 관리의 의미를 확인한다고 했다. 출장 후 몸이 굳어 돌아온 이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표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 변화를 과장하지 않는다. 다만 몸은 정직하다고 말한다. 꾸준히 관리하고 스스로 움직이면 반응은 반드시 따라온다고 믿는다.
이는 김숙희 원장이 관리 이후의 시간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한 번의 방문보다 나머지 여섯 날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트레칭과 간단한 운동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스스로 몸을 살필 수 있도록 돕는다. 테라피는 대신 해주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회복하도록 이끄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그 역시 매일 자신의 몸을 점검하고 자기 관리에 집중한다. 컨디션이 무너지면 고객의 몸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기 관리 또한 전문성의 일부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의 시간을 다음 세대로 옮기고자 한다. 33년간 축적한 방식과 기준을 시스템화해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리했다. 경력자와 무경력자를 나눠 깊이를 달리하고 각자의 공간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름을 통일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이 아니라 원리와 철학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김 원장은 장기적으로 이러한 테라피 시스템이 해외에서도 활용되길 바란다. K-바디테라피스트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다. 한 사람의 질문에서 출발한 시간이 하나의 시스템이 되고 이는 또 다른 세대의 출발점이 되는 것. 더나움은 이제 한 공간의 이름을 넘어 김숙희 원장이 남기고 싶은 방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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