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정규 앨범 'PLAY ME'로 돌아온 킴 고든 인터뷰 | 마리끌레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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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정규 앨범 'PLAY ME'로 돌아온 킴 고든 인터뷰 | 마리끌레르 코리아

마리끌레르 2026-03-10 09:00:00 신고

3줄요약

지금, 록의 역사를 가로질러 동시대를 날카롭게 짚어내는 목소리가 여기 있다.
세 번째 정규 앨범 <PLAY ME>로 다시 한번 사운드의 경계를 확장한
킴 고든(Kim Gordon)을 화면 너머로 직접 마주했다.
그는 정해진 트랙 밖에서 움직이며 현재를 새로 쓰는 중이다.

“이제야 조금 해방된 느낌이에요. 잃을 게 없다는 감각이랄까, 그게 재미있어요.”

2년 전,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킴 고든의 무대를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한다. 기타를 낮게 맨 채, 트랩 비트 위로 무심히 단어를 얹듯 낮게 읊조리던 그의 음성은 어수선한 소음으로 가득했던 현장의 공기를 한순간에 바꾸어놓았다. 무대 위 고든에게는 시간을 얼어붙게 하는 힘이 있었다. 소닉 유스의 음악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곡들로 약 70분에 달하는 세트리스트를 빼곡히 채운 그는, 그날 같은 무대에 오른 어떤 젊은 밴드보다도 더 날것의 생명력을 발산했다. 셀린느 쇼츠를 입고 무대를 가로지르는 70대 여성 록 스타를 두 눈으로 목격한 그 순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부한 표현을 몸으로 증명하는 사례였다.

킴 고든은 얼터너티브 록의 역사를 새롭게 쓴 밴드 소닉 유스(Sonic Youth) 결성 초기 멤버이자 밴드의 얼굴이라 할 베이시스트였다. 1980년대 뉴욕 노웨이브(No Wave) 신의 한복판에 서 있던 그는 밴드 해체 이후 본격적인 솔로 행보에 나선다. 2016년 프로듀서 저스틴 레이즌(Justin Raisen)과 함께 발표한 싱글 ‘Murdered Out’을 기점으로, 3년 뒤 첫 솔로 앨범 <No Home Record>를 발매했다. 자신의 작업을 관통해온 아름답고도 처절한 노이즈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트랩을 비롯한 동시대 힙합의 리듬을 끌어들여 그동안 들려준 적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운드를 재구성한 앨범이었다. 이어서 발매한 <The Collective>에서 그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날카로운 기계의 마찰음으로 구성된 듯한 비트와 분노에 가까운 래핑이 교차하는 이 앨범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급진적 작업으로 평가받았고,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며 동시대성과 영향력을 동시에 입증했다. 커리어 후반부에 이른 많은 예술가가 지나온 작업을 회고하거나 과거를 복기하는 데 힘을 쏟는 데 반해, 고든은 최근 몇 년간 가장 현재적인 소리로 자신을 경신해왔다. 그는 오는 3월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앨범 공개를 몇 주 앞둔 시점, 모니터 너머로 그를 마주할 수 있는 단 2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고정되지 않은 채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는 한 원로 뮤지션의 에너지를, 그의 다음 역시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저는 음악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기존 음악의 문법에는 관심이 없고요.”

킴 고든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면, 그는 한 번도 정해진 트랙 위에 머문 적 없다는 사실이 먼저 보인다. 소닉 유스 시절부터 주류 록의 규칙과 관습에 균열을 냈고, 솔로로 전환한 뒤에는 이질적 장르를 흡수하며 자신의 사운드를 통째로 재편했다. 전형성을 거부한 채 체계가 제시한 트랙 밖에서 움직여온 이의 태도는 새 앨범 <PLAY ME>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전작 <The Collective>가 거칠게 쌓아 올린 사운드와 분절된 리듬으로 긴장을 만들어냈다면, <PLAY ME>는 보다 짧은 트랙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로 그 긴장을 새롭게 풀어낸다. 타이틀곡 ‘PLAY ME’를 시작으로 3분 남짓한 열두 곡이 빠른 템포로 이어진다. 곡의 구성과 앨범의 방향을 함께 설계한 인물은 지난 10년간 협업을 이어온 프로듀서 저스틴 레이즌이다. 그는 고든 특유의 미니멀하고 지저분한(trashy) 미학을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파트너이자, 작업 전반에서 직관과 변수를 끌어안는 그의 태도를 지지해온 존재다. “항상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채로 시작해요. 이번에는 처음부터 짧은 곡을 만들고 싶었죠. 1980년대 초 뉴욕의 노웨이브 곡들처럼요. 이전보다 더 비트 중심이길 바랐고요.” 이번 앨범 역시 늘 해오던 협업 작업의 연장선에서 출발했다. “평소처럼 저스틴과 작업하다가 문득 새 앨범을 만들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작업 방식 자체는 늘 비슷해요. 이번에는 제가 ‘크라우트 록 비트를 해볼까?’ 하며 리듬에 대한 가벼운 제안을 던졌고, 저스틴이 그 아이디어를 여러 사운드로 확장해 비트를 만들어 보내줬어요. 그중 마음에 드는 비트 위에 즉흥적으로 기타 사운드를 얹었죠. 이번 앨범에서는 기타가 멜로디를 이끌기보다 질감을 더하거나 노이즈를 만드는 역할에 가까워요.”

즉흥과 직관을 전제로 한 이들의 협업은 종종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실 모든 곡이 어느 정도는 예상 밖이었어요. 한번은 저스틴에게 프리 키튼(Free Kitten, 1992년 결성한 3인조 얼터너티브 록 밴드) 시절 영상 클립을 하나 보냈어요. 당시 멤버이던 줄리 카프리츠와 제가 <MTV 비치 하우스>를 진행하던 장면이었죠. 그냥 웃자고 보낸 거였어요. 그런데 저스틴이 그걸 샘플링해 곡으로 만들어 오더군요. 제 목소리를 하이톤으로 변조해서요. 그렇게 만들어진 게 ‘BUSY BEE’예요. 놀라웠죠.” 끝내 어떤 음악이 자신 앞에 도착할지 불확실한 상태로 그저 가능성을 좇아 나아가는 과정, 그 열린 상태가 이번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힘이다.

하지만 <PLAY ME>를 단지 형식적 실험으로만 보긴 어렵다. 그는 늘 자신의 음악을 현대 풍경의 묘사이자, 동시대 문화에 대한 암묵적 비판을 담은 작업이라 말해왔기 때문이다. “언제나 주변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봤어요. 소닉 유스 때부터 문화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곡을 썼고요. 현실을 재료로 삼는 건 제게 특별한 주제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예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관찰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일은 그가 전 생애에 걸쳐 일관되게 실천해 온 예술적 태도다. “반기업적 태도는 언제나 제 기반을 이뤄요. 그게 펑크의 태도이기도 하고요.”

이번 앨범에서 그는 억만장자 계급이 남긴 피해, 민주주의의 균열, 그리고 AI가 문화 전반을 균질하게 만드는 현상처럼 자본과 기술이 삶의 형태를 통째로 바꾸어놓는 동시대의 어지러운 풍경에 주목했다. 다만 이를 직접적으로 고발하기보다 낯선 단어들을 병치해 특유의 유머와 냉소로 승화하는 것이 킴 고든의 방식이다. “노래로 쓸 수 있는 주제는 너무나 많아요. 어떤 뮤지션은 사랑 노래만 쓰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음악 안에서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있어요. ‘어디까지 가능할까?’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계속 실험하는 거죠.”

<The Collective>의 오프닝 트랙을 재구성해 만든 ‘BYEBYE25!’에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문서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단어들을 나열한다. ‘immigrants(이민자)’, ‘climate change(기후변화), ‘uterus(자궁)’, ‘commercial sex worker(성 노동자)’ 같은 단어들이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는 이 단어들을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과 연결 지으며 정부 전반에서 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 단어들이 정부 웹사이트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가사로 써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정부가 금지한 단어 목록을 우리가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죠.”

그런가 하면 타이틀곡 ‘PLAY ME’는 스트리밍 시대의 청취 방식을 정면으로 겨눈다. “Rich popular girl / Villain mode” “Jazz and background / Chillin’ after work.” 트립합 그루브 위로 고든은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 제목을 나열한다. “지금은 모든 게 편의를 중심으로 재편된 문화예요. 선택은 이미 내려져 있고, 모든 게 큐레이션되어 있죠.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먼저 예측하려 들고요. 흥미롭기도 하지만, 동시에 몹시 불쾌해요.” 알고리즘이 취향을 분석해 새로운 음악을 제안하는 구조가 일상이 된 지금, 그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스트리밍으로는 음악가들이 돈을 벌 수 없어요. 그건 유명한 아티스트라 해도 마찬가지고요. 무엇보다 제가 궁금한 건 사람들이 음악을 진짜로 ‘듣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배경에 흐르는 듣기 좋은 소리 정도로 소비하고 있는지예요. 소비자들의 태도는 결국 뮤지션이 만드는 음악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요. ‘PLAY ME’는 우리 시대의 청자를 다시 바라보는 곡이기도 해요.”

앨범 발매와 동시에 그는 헤이그를 시작으로 유럽 8개 도시를 순회하는 투어를 기획했다. 스튜디오에서 탄생한 곡들은 곧바로 무대 위에서 새롭게 해체되고, 조립되며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활동 50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그를 음악 안에 붙들어두는 것은 결국 무대다. 킴 고든에게 무대란 어떤 장소일까. “전 내향적인 편이지만, 무대에서 소리가 제대로 울리면 한순간 굉장히 자유로워져요. 거의 편안하다고 느낄 정도로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긴장하지만, 막상 올라가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기분이 들어요.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아드레날린이 머리를 정리해주는 느낌이죠.”

남성 중심의 밴드 구조에 균열을 낸 여성, 세기의 록 아이콘, 70대 솔로 아티스트. 어떤 수식도 그를 온전히 담아내기엔 어딘가 비좁다. 그는 같은 자리에 고정되기보다 늘 다음 장면을 향해 몸을 움직였으므로. “아이 콘이라는 단어가 불편해요. 나라는 존재가 이미 규정돼 있고, 고정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죠. 저는 스스로를 그저 한 명의 사람으로 생각해요. 발전이 더딘 편이라 나이에 맞춰 ‘이제 뭘 해야 하지?’ 같은 생각은 하지 않고요. 이제야 조금 해방된 느낌이에요. 잃을 게 없다는 감각이랄까, 그게 재미있어요.” 지금, 킴 고든은 여전히 움직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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