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단순한 가격 지표가 아니다. 자금의 이동 경로와 정책의 실제 작동 여부, 계층 이동과 지역 격차가 함께 반영된 구조적 결과다. 수도권 집값의 변화는 늘 서울에서 먼저 감지됐고, 그 흐름은 외곽으로 확산돼 왔다. 이번 시리즈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규제 국면에서, 서울이 보내는 신호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서울은 지금 하락의 초입인지, 수요 재배치의 기점인지, 혹은 자본 이동의 기준선으로 굳어지고 있는지를 두고 판단이 엇갈리는 지점에 서 있다. 서울에서 형성된 가격선이 경기 남부와 경인선 축, GTX 노선, 1기 신도시로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따라가며 2026년 수도권 집값의 흐름과 그 구조적 의미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
[직썰 / 임나래 기자] 정부가 2027년 착공을 목표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선도지구 지정으로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지만, 30만 가구에 달하는 이주 수요를 감당할 대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역별 입지와 사업성에 따른 ‘집값 양극화’가 뚜렷한 가운데, 전세 시장 불안과 추가 분담금 문제가 향후 재건축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단군 이래 최대’ 30만 가구 정비…특별법 타고 ‘속도전’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됐다. 전체 대상 물량은 약 30만 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1만 2,000가구)의 27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파격적인 제도적 지원을 쏟아내고 있다. 2023년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용적률 상향과 안전진단 완화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이어 2024년 선도지구 15곳을 전격 선정하며 사업 동력을 확보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4년 11월 선도지구 발표 직후 1기 신도시 매매가격은 일주일 만에 0.4% 상승했으며, 6개월 뒤에는 0.6%까지 오름폭을 키웠다. 이미 기반 시설이 완성된 신도시 특성상 재건축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강남·판교 접근성이 가른 ‘온도차’…분당·평촌 ‘독주’
재건축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2025년 분당의 누적 집값 상승률은 18.72%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상승률(4.04%)의 4.6배에 달하는 기록적인 수치다. 안양 평촌신도시가 위치한 동안구 역시 8.60%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반면 산본(0.48%)과 중동(0.70%)은 미미한 상승에 그쳤고, 일산동구(-3.47%)는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입지와 사업성’의 격차로 분석한다. 분당과 평촌은 강남 접근성이 우수하고 판교 테크노밸리 등 배후 수요가 탄탄해 투자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다. 반면 일산과 산본 등은 핵심 업무지구와의 물리적 거리와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이주 수요에 전세 시장 ‘휘청’…대책은 ‘글쎄’
가장 큰 걸림돌은 향후 쏟아져 나올 30만 가구의 대규모 이주 수요다. 국토교통부는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이주 수요를 흡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주를 시작한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 5단지’의 영향으로 인근 전·월세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본격적인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 성남은 물론 용인, 수원 등 인접 지역 전세 시장까지 도미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 단위의 대규모 정비사업에서 서울식 관리처분 인가 시기 조절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구체적인 이주 단지 조성이나 수요 관리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전세 대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사비 폭등에 ‘분담금’ 압박…2027년 착공 ‘시험대’
사업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 평형 위주 단지는 분담금 갈등이 사업 진행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 선도지구 15개 구역 중 절반에 가까운 7곳이 아직 정비구역 지정 신청조차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내건 ‘2027년 착공’ 목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업계 다른 전문가는 “정비구역 지정부터 관리처분 인가까지 남은 절차가 산적해 있다”며 “정책 목표와 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분담금 갈등을 중재하는 정부의 행정 및 관리 역량이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최종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