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이 10일 시행됐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파업에 나선 노동자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 관행에도 일정 부분 제약이 가해진다.
노사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법인만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바쁘게 움직였다. 특히 논란이 많은 원하청 교섭 절차를 다듬기 위해 노조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만들었다. 관련 내용을 정리했다.
① 원청 사용자는 모든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의무를 지게 되나?
원청 사용자가 모든 하청 노동자의 모든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 개정 노조법 2조는 ①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에게 ② '그 범위 안에서' 교섭의무를 지운다.
<매뉴얼>에서 노동부는 1번 요건의 판별 기준으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를 직접 지휘·감독하지 않아도 △하청 노동자 전체에 적용되는 계약조건 △세밀한 작업지시서 △자동화된 시스템 등을 통해 지속적인 통제력을 행사한다면 구조적 통제가 성립한다.
2번 요건에 따라 구조적 통제는 임금, 산업안전, 노동시간, 복리후생, 작업환경 등 각 노동조건 별로 판단된다. 노사 간 이견이 있다면 노동위원회가 이를 심사한다. 원하청 교섭이 임금과 산업안전에 대해서만 진행되거나, 노동시간과 복리후생에 대해서만 진행될 수도 있다.
더 구체적인 기준을 몇 가지 살피면, 임금의 경우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 수, 직급, 노동시간 등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정하면 구조적 통제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원청 사용자가 총도급액만 정하고 하청업체가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운영하면 구조적 통제가 인정될 가능성은 작다.
산업안전의 경우 주요 시설·설비가 원청 소유여서 하청 단독으로 안전과 관련한 구조적 개선이 불가능하거나, 안전시설 예산 집행 권한이 원청에 있거나, 총괄적 안전보건체계를 원청이 구축했다면 구조적 통제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② 노동자들의 상황이 다양한데 한 번에 교섭하나?
원하청 교섭은 원청 사용자 대 하청 노동자 전체가 아니라 일정한 교섭단위 별로 나뉘어 이뤄진다. 전제가 하나 있다. <해석지침>과 <매뉴얼>상 원청 노동자 집단과 하청 노동자 집단은 애초 다른 교섭단위로 구별된다. 두 집단의 차이가 크다는 걸 노동부가 인정한 것이다.
하청 노동자 집단 안에서 교섭단위를 가르는 기준은 시행령상 △업무, 임금 등 현격한 노동조건의 차이 △계약형태, 직종 등 고용형태 △노조 조직범위, 기존 단체교섭 등 교섭관행 △노동자 간 이해관계 공통성, 다른 노조에 의한 이해관계 대표의 적절성 등 특별한 사정이다.
예컨대, 하청 노동자의 직무가 청소, 경비 등으로 다르면 교섭단위가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매뉴얼에서 노동부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으로 하청 노동자가 속한 상급단체가 다른 경우도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해 교섭단위를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교섭단위가 정해지면, 그 안에서 교섭을 신청한 모든 노조의 전체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과반을 점한 노조가 교섭권을 갖는다. 그런 노조가 없다면 과반을 점한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린 쪽이 교섭권을 갖는다. 교섭권 유지 기간은 2년이다.
③ 원하청 교섭이 시작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법령상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기간부터 보자. 복수노조가 없는 경우 일주일, 있는 경우 한 달 가량이다. 먼저 특정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청하면 원청 사용자는 이 사실을 모든 하청 노동자가 볼 수 있게 7일 간 공고해야 한다. 교섭 진행 사실을 몰라 참여 기회를 박탈당하는 노조가 없게 하기 위한 절차다.
복수노조가 있어 교섭요구가 더 들어왔다면, 원청 사용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조의 명단을 5일 간 공고해야 한다. 이어 14일 간 자율적 교섭대표노조 결정기간이 주어진다. 이를 거쳐 확정된 교섭대표노조가 어디인지 공고하는 데 다시 5일이 걸린다. 소요시간은 총 24일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간 이견이 있다면, 노동위 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추가된다. 노동위가 원청 사용자의 교섭의무 범위를 판단하는 데 허락된 시간은 최대 20일, 교섭단위를 결정하는 데 허락된 시간은 최대 30일이다. 지방노동위원회의 1차 결정에 불복한 측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면 이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난다.
모든 갈등이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이의신청에 걸리는 기간 등을 더하면,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날로부터 실제 원하청 교섭이 시작될 때까지 7개월 가량 걸릴 수 있다. 다만 원청 사용자의 교섭의무가 인정되지 않은 노동조건에 대한 하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교섭은 각 사업장에 형성된 관행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④ 공공부문에서는 장관이나 대통령이 교섭에 나와야 하나?
<해석지침>상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동부는 법률이나 국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에 따라 정해진 노동조건은 정부가 교섭해야 할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민주적 의사결정의 결과를 노사 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옥죄는 제도로 지목받아 온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 제도에 대해 노동부는 각 기관에 "운영상 재랑"이 인정된다며 "정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따로 적었다. 기재부가 설정한 총액인건비 준수 여부가 각 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노동부는 다만 정부나 공공기관이 법령에 규정된 바 없이 예산 재량권을 갖고 외부기관 등을 통해 노동자를 간접고용하는 형태로 사업을 하는 경우, 각각의 노동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 성립 여부를 따져 교섭의무를 지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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