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지금 시중 기름값보다 낮춘다”…30년 만의 가격통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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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지금 시중 기름값보다 낮춘다”…30년 만의 가격통제 부활

뉴스로드 2026-03-10 07:44: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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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발언 듣는 정유업계 관계자들/연합뉴스
장관 발언 듣는 정유업계 관계자들/연합뉴스

[뉴스로드]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 가격 통제 카드를 꺼냈다. 국제 시세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의 공급가 상한을 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이르면 이번 주 전격 시행하고, 정유사 손실 보전과 매점매석 단속, 유류세 추가 인하, 소비자 직접 지원까지 묶은 종합 대책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천949원을 넘어섰고, 경유는 1천971원까지 올랐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1%, 경유는 18% 이상 급등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아시아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MOPS)에 환율 등을 반영해 공급가를 정한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 가격이 뛰면서 정유사 공급가가 연쇄적으로 상승했고, 주유소들이 재고 확보와 수익 보전을 위해 판매가를 선제적으로 올리면서 소비자 체감 유가 상승 폭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즉시 관련 고시 제정 절차에 착수했으며, “이번 주 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도입되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정부가 석유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정부는 구체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근 몇 주간의 싱가포르 현물 가격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가 주유소에 팔 수 있는 공급가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가격 변동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반영하되 정유사가 과도한 이윤을 챙기지 못하도록 해 폭리를 차단하고, 국내 공급 과정에서의 가격 인상 시도를 원천 봉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가격 통제의 타깃을 주유소 판매가가 아닌 정유사 공급가로 잡은 것은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직영·자영·알뜰 등 주유소 운영 형태가 다양하고 지역별 임대료·물류비 차이가 커 일률적인 판매가 규제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격 형성의 출발점인 정유사 공급가를 눌러 유통망 원가 부담을 낮추고, 이를 통해 소비자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최고가격은 2주 단위로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는 2주 주기로 설계하려고 한다”며 “첫 번째 최고가격은 지금 시중에서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주 간격으로 최고가격을 조정하면서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가격 출렁임을 막는 완충 조치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 상한제 도입에 따른 ‘공급 절벽’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도 병행된다. 정부는 ‘매점매석 고시’를 발동해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국내 시장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가격 통제를 피하려고 물량을 창고에 쌓아두거나 수출로 돌리는 행위를 막아 수급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과거에도 가격 변동이 예상될 때 기업의 사재기와 출하 조절을 막기 위해 매점매석 고시를 활용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류세 인하 조치 일부 환원을 발표하면서 석유정제업자의 한 달간 유류 반출량을 제한하고, 정당한 사유 없는 판매 기피나 특정 업체에 대한 과다 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정유업계 손실에 대한 보전 방안도 마련된다. 석유 최고가격제의 근거 법령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는 가격 통제로 손실이 발생한 사업자에게 국가가 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 손실 보전에 필요한 재정 소요를 이미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유류세 추가 인하와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유가 고공행진이 장기화할 경우 세제 조정과 현금·쿠폰 등 직접 지원을 병행하는 종합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를 한시 인하해 왔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22년에는 최대 37%까지 인하 폭을 확대했다.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되자 인하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지난해 11월부터는 휘발유 7%, 경유·LPG 부탄 10% 인하율이 적용 중이다. 현 조치는 오는 4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점검이 이뤄졌다. 김용범 실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우리나라 비축유는 208일분이지만, 국내 석유화학 산업 비중을 감안하면 실질 가용 물량은 약 4개월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확보한 600만 배럴 외에도 전략적 협력국을 통해 추가 비축 물량 확보에 나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석유 최고가격제의 부작용을 경고하며, 세제 조정과 에너지 절약 유도 등 보다 유연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들어 국내 물량을 해외로 돌리는 등 공급망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손실 보전에 투입되는 세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을 억지로 막기보다는 유류세 인하나 에너지 절약 유도 등 보다 현명하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30년 만에 꺼낸 가격 통제 카드가 민생 부담 완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시장 왜곡과 재정 부담이라는 부작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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