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국제유가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폭등했다가, 주요 7개국(G7)의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조기 종식 시사 발언에 힘입어 80달러대로 되돌아왔다. 하루 동안 최고 30% 안팎의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됐다.
9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8.96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 거래일보다 6.8%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4.77달러로 4.3%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장중 흐름은 훨씬 극단적이었다. 브렌트유는 아시아 거래에서 한때 배럴당 119.5달러까지 치솟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6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WTI 역시 장중 119.48달러까지 올라 각각 일간 기준 최대 28.9%, 31.4%의 급등 폭을 기록했다.
시장 급등의 배경에는 이란 정세 악화와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량 감축 소식이 겹쳤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차남이자 강경파로 알려진 모즈타바 하메네이(56)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졌고, 이는 즉각적인 공급 불안 심리로 이어졌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2개 유전에서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공급 차질 우려를 키웠다. 월가 주요 은행들은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몇 주간 이어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급등세는 G7의 공동 대응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급반전했다. G7 재무장관들은 이날 유가 급등에 대응해 전략 비축유 방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유가는 상승 폭을 빠르게 반납했다.
뉴욕증시 마감 무렵 브렌트유는 장중 고점과 비교해 크게 밀리며 종가 대비 4.61% 하락한 배럴당 88.42달러, WTI는 6.56% 떨어진 배럴당 84.94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직전 거래일(6일) 종가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하루 새 ‘급등 후 급락’이 모두 나타난 셈이다.
정책 변수도 유가 하락을 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BS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마무리 수순(the war is very complete)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전쟁 조기 종식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통화를 갖고 이란전 상황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이란 전쟁의 신속한 종식을 위한 자신의 제안을 설명했다고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이 전했다.
이 같은 발언과 외교 접촉은 긴장 완화 기대를 키우며 유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단기간 과도한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차익 실현 매도세가 본격화된 점도 하락세를 가속했다.
다만 시장의 불안 심리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분위기다. 원자재 데이터업체 케플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곧 해제된다 하더라도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서의 석유 수출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6∼7주가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 전쟁이 촉발한 공급 충격 우려가 상당 기간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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