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강한 불안 심리에 휩싸인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자동차 관련 종목이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로봇 사업 기대감 등으로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였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주식이 국제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소비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8.3% 하락한 50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기아 역시 8.1% 떨어진 15만3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현대차 주가는 한때 11% 이상 급락하며 50만 원 선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인 67만4000원(종가 기준)과 비교하면 불과 5거래일 사이 약 25% 하락한 수준이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약 25% 가까이 주가가 내려가며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이러한 하락 폭은 최근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크게 흔들린 국내 증시 전체 흐름보다도 더 가파른 수준이다.
전쟁 우려로 코스피 지수가 6000선 아래로 밀리며 약 17% 하락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의 낙폭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코스피 상승을 이끌어왔던 주요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비교해도 하락 속도가 더욱 빠른 모습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러한 급락세를 단기적인 시장 충격으로 해석하며 자동차 업종의 장기 경쟁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대차·기아 급락에도 증권가 "변동성 장세 속 매수 기회"
KB증권과 키움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 환경에서 기업의 ‘펀더멘털’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며 자동차 업종을 유망 종목군으로 꼽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주가 하락 국면에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최근과 같은 단기 급락장은 오히려 매수 기회를 찾는 시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닉셀링은 보통 상승장의 정점보다는 시장 바닥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이후 ‘W자형 반등’이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화 약세 국면에서 상대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와 자동차, 레저 산업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지만 미국 에너지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라고 분석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해 자동차 판매가 즉각적으로 병목을 겪을 것이라는 가정은 과도한 우려”라며 “현대차그룹은 이미 이란 시장에서 철수한 지 5년 이상 지나 직접적인 영향이 제한적이며 기존 판매량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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