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여당 의원이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료행위를 정당한 사유 없이 중단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의료계가 “의료 시스템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행위를 ‘필수유지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중단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투석, 마취, 영상검사 등 필수 의료행위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정지·폐지·방해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전 의원은 현행 노동조합법이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용자 등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에만 적용돼 의료계 집단 사직이나 집단 휴진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의사회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게 적용되는 필수유지업무 개념을 의료인 개인에게 직접 적용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의사 개인에게 국가가 의료행위를 강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또 “대한민국 헌법 제12조는 강제노역을 금지하고 있으며 제15조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특정 직업군에게 국가가 특정 업무 수행을 강제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강제노동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에 대해 의사회는 의료현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보다는 의료인을 통제 대상으로 보는 발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어 사실상 강제 노동에 가까운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현재 필수의료 위기의 원인은 의사의 집단적 태업이 아닌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와 붕괴된 필수의료 보상 구조, 과도한 법적 위험, 장기간 누적된 정책 실패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료인을 법으로 묶어두는 방식으로는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며 “이 같은 입법은 의료인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의료 인력 이탈을 가속해 의료 시스템 붕괴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법안 즉각 철회 △의료정책의 정치적 이용 중단 △필수의료 붕괴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제시 등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다.
의사회는 “의료인은 국가가 강제로 동원할 수 있는 노동력이 아니다”며 “의료인의 기본권과 전문직 자율성을 침해하는 입법 시도에 대해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