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혜수 기자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제 선원 노사 협의체인 IBF(International Bargaining Forum)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오만만, 페르시아만 등 중동 3개 해역을 전쟁위험해역(WOA·Warlike Operations Area)으로 지정했다.
IBF는 국제 선원노조 연합체인 ITF(International Transport Workers' Federation)와 선주단체가 참여하는 국제 협상 기구로, 특정 해역이 전쟁 위험 구역으로 분류되면 선원 보호를 위한 별도 계약 조항이 발동된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선원 보수 체계다. 해당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에 승선한 선원에게는 기본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위험수당이 추가로 지급된다. 이른바 '워 리스크 보너스'로 불리는 이 수당은 전쟁위험해역에 머무는 기간 동안 적용되고, 단기간 통과하더라도 최소 5일치는 보장된다. 실제 체류 기간이 5일을 넘을 경우에는 그 일수만큼 추가로 지급된다.
선원 보호를 위한 보상 기준도 대폭 강화된다. 전쟁위험해역에서 선원이 사망하거나 영구장애를 입을 경우 지급되는 보상금은 기존보다 두 배 수준으로 높아진다. 이는 단순히 위험수당을 더 얹는 차원을 넘어 선원의 생명과 안전을 계약상 별도의 전쟁 위험으로 인정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선원에게 항해거부권이 공식적으로 부여됐다는 점이다. 선원은 전쟁위험해역으로 향하는 항해를 원하지 않을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 비용으로 본국 송환이 가능하고 기본임금 2개월분에 해당하는 보상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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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보안 조치 역시 대폭 강화된다. 해당 해역을 통항하는 선박은 국제 선박·항만 보안 규정(ISPS Code)상 최고 수준인 보안 레벨 3에 준하는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실상 평시 운항이 아니라 준전시 체제에 가까운 보안 태세가 요구되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항로로 꼽히는 만큼, 이 지역의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해운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쟁 리스크는 주로 운임이나 보험료 상승으로 반영됐지만 이제는 선원 계약 조건 자체가 바뀌는 단계로 넘어갔다"며 "중동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들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안전 비용을 함께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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