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국가유산청장 "세계유산위, '문화강국' 대한민국 알릴 기회"
수문장이 회의장 지키고 'K-헤리티지 하우스'서 K-컬처·푸드 소개
"'한국의 갯벌' 2단계 차질 없이 준비…갈등 유산 문제 단호히 대처"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기존에는 회의 위주로 정적인 행사가 열렸다면, 올해는 '살아있는 축제' 그 자체를 볼 수 있을 겁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와 관련해 "세계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전 세계와 함께 나눌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허 청장은 "단순한 국제회의를 넘어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 등재와 보존·관리를 논의하는 정부 간 회의다.
위원회는 세계유산총회에서 투표로 선출된 회원국 대표 21개국이 중심이 되며 매년 6∼7월에 회의를 열어 주요 안건을 결정한다.
올해 위원회는 7월 1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29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다. 한국이 위원회를 개최하는 건 198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이후 38년 만에 처음이다.
허 청장은 "대한민국이 세계유산의 보존과 해석을 주도하는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이자 핵심 당사국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장국으로서 얻게 될 경험, 네트워크는 향후 우리나라가 세계유산 등재와 해석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강력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국가유산청은 회의장 안팎에서 한국을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경복궁에서 활동하는 수문장 100명이 부산으로 내려가 회의장 건물을 지키고, 한국의 유산을 홍보하는 'K-헤리티지(heritage·유산) 하우스'가 문을 열 예정이다.
경주에서는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쪽샘 44호분의 축조 실험 '하이라이트'가 펼쳐지며, 과거 한국과 일본을 잇던 조선통신사선 재현선도 부산에서 소개된다.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의 남아있는 자료 즉, 정족산·태백산·적상산·오대산 사고(史庫)본을 모두 모아 전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허 청장은 "회의 중간 쉬는 시간에 문을 열고 나오기만 하면 한국의 세계유산을 디지털로 체험하고, K-컬처 전시를 관람하거나 K-푸드를 즐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확장 등재에 도전하는 '한국의 갯벌' 2단계(Getbol, Korean Tidal Flats Phase Ⅱ) 전망도 긍정적인 편이다.
허 청장은 "한국의 갯벌은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현지 실사, 자료 요청 대응 등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허 청장은 북한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말을 아꼈다.
허 청장은 "지난해에는 '금강산'을 세계유산에 올렸으나, 올해는 등재 안건이 없어서 북한 측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유네스코와 북한 측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참석이 성사돼 세계유산을 통한 남북 교류 재개와 한반도 긴장 완화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허 청장은 "일본의 메이지(明治) 산업유산이나 사도광산과 같은 (한일 간) 갈등 유산 문제 해결과 관련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일제 강제동원 현장인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 문제를 놓고 초유의 투표전이 벌어진 바 있다.
허 청장은 "(일본이) 등재 당시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선 단호하게 대처하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한·일 공동 유산 등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올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이 '국제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세계유산협약의 새로운 50년을 향한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기후 위기, 지속 가능한 발전 등 현안에 대한 철학이 담긴 국제 선언문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혁신적이면서 변화가 큰 세계유산위원회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앞으로 위원회를 개최하는 나라들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저력을 발휘하겠습니다. (웃음)"
국가유산청은 향후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1995년 종묘,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을 처음으로 세계유산 대표목록에 올린 이후 현재까지 총 17건(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의 세계유산을 보유 중이다.
내년에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곽 유적인 '한양의 수도성곽'(Capital Fortifications of Hanyang)이 한국의 18번째 세계유산에 도전한다.
허 청장은 "현재 문화유산에 치우쳐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자연유산과 (문화·자연유산 성격을 포함한) 복합유산의 등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연유산 부문에서는 우포늪, 남해안일대 공룡화석지, 설악산천연보호구역이 잠정목록에 포함돼 있다"며 "향후 대상을 추가 발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yes@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