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병상 생활에 가사·돌봄 공백…광주 광산구, 도우미 지원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장기 기증 이후의 생활은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어요."
광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미영(가명·56) 씨는 3년 전 간암으로 생명이 위독한 남편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했다.
남편의 상황이 워낙 위중해 김씨만으로는 부족했고, 당시 취업 준비 중이었던 20대 외동딸까지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가족의 생명을 구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병원 문을 나선 모녀를 기다린 것은 냉혹한 현실이었다.
간 이식 수술은 복근을 크게 절개하기 때문에 기증자도 최소 2개월 이상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정상적인 가사 활동을 하기 어렵다.
세 가족은 모두 보살핌이 필요했지만, 서로 돌봐줄 수 없는 공백에 놓였다.
번갈아 방문해 음식을 해주거나 청소를 도운 친인척마저 없었다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김씨는 회상했다.
비교적 안정적 직장을 가진 김씨는 수술과 회복을 하는 동안 휴직이라도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최장 6개월에 달하는 회복 기간은 곧 '퇴사'를 의미할 수도 있다.
가족이 아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한 구홍덕(68)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그는 어머니가 신장 질환으로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장기 기증을 자처해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냈다.
무려 30여년 전 일이지만 퇴원 후 남겨진 생존 기증자의 '고립된 회복'은 지금까지도 바뀐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구씨는 8일 "당시 간병인을 쓴 비용이나 회복을 위한 의료비, 식비 등은 모두 사비로 내야 했다"며 "생명 나눔이 확산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장기를 기증한 294명 중 91%인 268명이 생존 기증자다.
광주 광산구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가족·지인에게 장기를 기증한 구민에게 가사·신체활동이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도우미를 하루 2시간 이내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도우미는 식사나 세면을 돕거나 산책, 장보기, 진료 등 근거리 외출을 동행한다.
일반식이나 반찬, 죽 등 음식을 하루 두 끼 조리해주거나 배달해 식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관공서가 스스로 기증 사실을 알 수 없는 만큼 당사자가 사전에 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에 기증 의사를 알려야 한다.
광산구는 생존 기증자뿐 아니라 뇌사 기증자의 유가족이 장례를 원활히 치를 수 있도록 예우·절차 등도 지원한다.
광산구 관계자는 "숭고한 결정을 한 기증자와 가족들이 외로움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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