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2천원 시대” 눈앞…정부, 30년 만에 ‘최고가격제’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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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2천원 시대” 눈앞…정부, 30년 만에 ‘최고가격제’ 카드 만지작

뉴스로드 2026-03-08 08:41: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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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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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ℓ당 2천원에 육박하자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 가격 상한제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다만 시장 왜곡과 막대한 재정 부담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만큼 실제 발동 여부를 놓고 정부 안팎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국제유가 급등분이 통상 2주가량의 시차 없이 국내 석유류 가격에 즉각 전가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유통 구조상 불가피한 부분을 넘어선 담합·폭리 가능성에까지 의심의 눈길이 쏠리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유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며 석유류 제품에 대한 최고가격 지정 검토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시했다. 그는 다음 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기름값 바가지처럼 공동체의 어려움을 이용해서 부당 폭리를 취하려는 반사회적인 악행에 대해서는 아주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즉각 범부처 전면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범부처 합동점검단은 6일부터 불법 석유 유통, 매점매석, 가짜석유·혼합판매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유소 간 가격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법무부는 유가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대검찰청에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재정경제부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등 세제 지원 카드도 검토 중이다.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했다. 비축유 방출 여부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상태다.

이 같은 전방위 압박 속에 국내 정유 4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석유협회, 석유대리점 단체인 한국석유유통협회, 전국 주유소 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주유소협회 등 이른바 ‘석유 3단체’는 6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국제 유가 인상분이 주유소 가격에 급격히 반영되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체감 유가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일 밤 11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890.87원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의 경우 이미 평균 1천900원을 넘어 1천942.08원을 기록 중이다. 불과 하루 사이 오름폭은 다소 줄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상황이라 추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 ‘기름값 2천원 시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급등세에 정부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다시 들춰 보고 있다. 해당 조항은 석유 가격이 현저히 등락해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최고가격을 넘겨 판매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초과 수익은 정부가 환수할 수 있다.

산업부는 현재 석유 최고가격 지정 고시를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실제 발동을 둘러싸고는 “아직 모든 정책적 옵션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단계”라는 신중한 기류가 감지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장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에 도입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가격 안정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법적 근거를 갖추고도 최고가격제 도입에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왜곡 우려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상한을 설정해 ‘가격을 눌러놓을’ 경우 정유사와 주유소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해 공급 물량을 줄이거나 판매 자체를 기피하는 이른바 ‘공급 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크다. 이는 곧 특정 지역·품목에서의 품귀 현상과 소비자 구매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정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석유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 통제를 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유가 고공 행진이 장기화할 경우 민간 부문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해 수조원대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화·복지 지출 확대 등으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 같은 부담을 감내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제약도 있다.

결국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비축유 방출, 수입선 다변화, 담합·폭리 엄정 단속 등 기존 수단을 총동원해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본 뒤 최고가격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기름값 2천원’ 문턱에서 정부가 가격 상한제라는 비상조치를 실제로 가동할지, 아니면 시장 기능과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한발 물러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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