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투수 교체 하나가 승패를 갈랐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일본전을 6-8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6년부터 이어진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 국제대회' 일본전 연패 기록을 11경기(1무 포함)로 늘렸다. 한국은 연패 기간 중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과 2023년 항저우 AG에서 일본을 상대로 승리한 적이 있으나 일본은 AG에 프로 선수를 차출하지 않는다.
아울러 이번 대회 이틀 전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11-4로 승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일본에 덜미가 잡혀 1승 1패를 기록했다. 일본은 2전 전승. 2라운드(8강) 진출 여부는 8일 대만전(1승 2패)과 9일 호주전(2승)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조별리그에선 각 조 상위 2개 팀에만 8강 진출 티켓이 주어진다.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린 장면은 7회 말에 나왔다. 한국 벤치는 5-5로 맞선 2사 3루 상황에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타석에 자동 고의4구를 지시했다. 맞대결을 기대했던 일본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지만, 타격감이 뜨거운 오타니와 정면 승부를 피하는 선택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2사 1,3루에서 후속 왼손 타자 곤도 겐스케(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들어서자 오른손 투수 박영현(KT 위즈)을 내리고 왼손 투수 김영규(NC 다이노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곤도는 이번 대회에서 8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등 타격 슬럼프를 겪고 있었으나 벤치는 좌타자를 막기 위한 카드로 좌완 투수를 선택했다.
초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난 김영규는 크게 흔들렸다. 곤도를 5구째 볼넷으로 내보낸 뒤 2사 만루에서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에게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했다. 이어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에게 쐐기 2타점 적시타까지 맞았다. 한국 벤치는 그제야 투수를 김택연(두산 베어스)으로 교체할 수 있었다. 김영규는 투구 수 12개 중 스트라이크가 4개에 불과할 정도로 제구가 흔들렸지만, 벤치가 곧바로 불펜을 움직일 수 없었던 이유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선발 투수와 구원 투수가 최소 3명의 연속된 타자를 상대하거나 이닝이 끝날 때까지 교체할 수 없는, 이른바 '최소 3타자 상대 룰'이 적용된다.
결국 '8타수 무안타'로 침묵 중인 왼손 타자 곤도를 잡기 위해 왼손 투수 김영규를 내세운 게 '패인'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뒤 "체코전에서 김영규의 내용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했다. 위기가 있으면 끊어줄 수 있는 투수가 김영규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