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개봉 당시 관객에게 외면당했던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6일, 영화 ‘콘크리트 마켓’이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달 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 작품은 독특한 세계관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난 이후의 세상을 배경으로 한 ‘콘크리트 마켓’은 ‘생존 이후의 사회’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야기로, 기존 재난 서사와는 다른 방향에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개봉 당시에는 누적 관객 수 3만 명에 그치며 쓴 맛을 봤다. 이 영화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콘크리트 마켓’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대지진으로 문명이 붕괴된 뒤의 세계에서 시작된다. 폐허가 된 도시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한 아파트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그곳에는 생존을 위한 물물교환 시장 ‘황궁마켓’이 형성된다. 이곳에서는 현금이 아닌 통조림이 화폐처럼 사용되며, 식량과 연료, 약품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이 거래의 대상이 된다.
영화 속 황궁마켓은 단순한 거래 공간을 넘어 하나의 사회 구조를 이룬다. 아파트 1층부터 9층까지는 철저한 위계질서로 구분되고, 그 안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욕망과 갈등이 얽힌다. 무너진 문명 속에서도 인간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세운다는 설정은 작품의 핵심적인 흥미 요소이며 많은 질문 거리를 던진다.
연출을 맡은 홍기원 감독은 이러한 세계관에 대해 “문명이 붕괴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라며 “영화는 재난 그 자체보다,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배우 이재인 역시 “황궁마켓이라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간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밝히며 작품이 가진 매력을 어필했다.
‘콘크리트 마켓’은 황궁마켓의 질서를 둘러싼 네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마켓에 나타나 기존 체계를 뒤흔드는 인물 희로(이재인 분), 그녀와 손을 잡고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려는 수금조 태진(홍경 분), 시장의 물자를 독점하며 권력을 쥔 상인회 회장 상용(정만식 분), 여기에 태진의 라이벌인 또 다른 수금조 철민(유수빈 분)까지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인물들이 충돌하며 갈등이 증폭된다.
희로 역의 이재인은 기존의 이미지를 지우고 한층 날카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앳된 외모와 달리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며 미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태진 역을 연기한 홍경은 생존을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이어가면서도 인간적인 고민을 놓지 않는 인물을 섬세한 표정 연기로 구현했다.
황궁마켓의 권력자 상용 역은 정만식이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더했다. 그는 운 좋게 살아남은 뒤 약품을 기반으로 권력을 쥐게 된 인물로, 무너진 사회 속에서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캐릭터다. 반면 유수빈이 연기한 철민은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거칠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드러낸다.
이처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인물들의 선택과 충돌은 황궁마켓이라는 공간 안에서 끊임없는 거래와 배신, 동맹으로 이어지며 극의 에너지를 엔딩까지 유지시킨다.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제한된 공간에서 구축된 현실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황궁마켓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회의 축소판으로 기능한다. 제작진은 일상적인 아파트 공간을 물물교환 시장으로 재구성해,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삶을 보다 현실적인 감각으로 표현했다.
미술팀은 마켓 내부를 새것이 아닌 버려진 물건과 재활용된 자재들로 채워 넣으며 거칠고 불완전한 세계를 구현했다. 특히, 이곳에서 화폐 역할을 하는 통조림은 단순한 생존 식량을 넘어 희망과 욕망을 상징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금속 표면의 반짝임으로 폐허 속 남겨진 희박한 가능성을 표현하는 등 철저한 계산 속에 완성된 미장센이 작품의 결을 더 두텁게 했다.
촬영 방식 역시 이러한 세계관을 강조한다. 카메라는 고정된 구도 대신 핸드헬드 촬영을 적극 활용해 인물들을 따라 움직인다. 덕분에 황궁마켓의 복도와 계단, 거래 현장을 함께 누비는 듯한 현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 화면의 거친 질감과 어두운 톤 역시 무너진 세계의 분위기를 강조하는 요소로 작동하며 몰입감을 높였다.
제작진도 눈에 띈다. ‘콘크리트 마켓’은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았다. 이 스튜디오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드라마 ‘D.P.’ ·’지옥’ 등 강렬한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이번 영화 역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인간의 본능과 사회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또 하나의 독특한 세계를 완성하며 장기를 발휘했다.
독특한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에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이야기로 이목을 끈 ‘콘크리트 마켓’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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