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무력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요동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 또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아직 2%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향후 체감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기름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일부 주유소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넘어섰다. 환율 역시 장중 한때 150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히 연료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유는 물류·생산·운송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원자재다. 여기에 원화 가치 하락까지 겹칠 경우 수입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소비자 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생활 속 체감 물가는 이미 여러 부문에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 사태에 '환율 상승·유가 급등' 이중고…서민 생활비·물가 상승 압박 초읽기
중동 정세 불안이 촉발한 가장 큰 변수는 원유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 가격 상승만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데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 수입물가 상승폭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전략적 해상 통로다. 만약 이 지역의 운송이 차질을 빚게 되면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약 0.1~0.2%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환율 상승 효과가 더해질 경우 체감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는 9개월 연속 5% 이상 상승하며 '물가 쇼크'를 겪기도 했다.
물가 상승 충격은 서민 생활비에 가장 먼저 반영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운송비 상승이다. 연료 가격이 오르면 화물 운송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교통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외식업과 카페 등 서비스 업종은 식재료 가격뿐 아니라 가스비와 물류비, 전기요금 등 에너지 관련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유 가격 상승은 택배와 물류 산업 전반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계 역시 직격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이용이 많은 지역에서는 출퇴근 비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상승을 우려해 미리 연료를 채워두는 '선주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수요를 더욱 자극해 가격 상승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리 단속" 나선 정부…모니터링·현장점검 나섰지만 근본 대책은 부족
정부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범부처 석유시장 점검반을 가동해 주유소 현장 점검에 나섰으며 폭리나 매점매석 행위가 확인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유종별·지역별 최고가격 지정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한 비축유 활용과 원유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에너지 수급 안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현재 약 20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대응이 단기적인 가격 억제에만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유소 단속이나 가격 모니터링만으로는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구조적 요인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다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유류세 조정이나 세제 정책을 통해 소비자 가격 상승을 완충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시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구조를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공급선 다변화와 에너지 안보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물류비 상승이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통 단계에서의 가격 관리와 취약계층 지원 정책 강화도 거론된다. 특히 고유가 상황에서는 교통비와 난방비 부담이 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생활물가 곳곳에서는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달걀, 고등어 등 주요 식재료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료, 공동주택 관리비, 해외여행비 등 서비스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승용차 임차료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하며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재의 물가 안정 흐름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가 실제로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데에는 통상 2~3주 정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미 상승하기 시작한 기름값이 본격적으로 물가지표에 반영될 경우 소비자 체감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제가 받는 충격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물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서민들의 체감 생활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계층은 고정 지출 비중이 높은 서민층이기 때문에 정부가 체감 물가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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