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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안 보이는 이란전…예산·미사일 재고 압박 가중
월스트리트저널(WSJ) 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지난 일주일 간 이란과의 전쟁에서 빠르게 소모된 탄약 및 미사일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간 미사일 생산량을 대폭 늘리려는 구상과도 일맥 상통한다.
미 의회 의원들과 방위산업 업계 관계자들도 미 국방부가 이란과의 전쟁 관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예산 증액 요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 예산은 대량 소모된 패트리엇·토마호크·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미사일 시스템 구매에 쓰일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산 담당관으로 일했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일레인 맥커스커는 이란에 대한 첫 4일 간의 공습 비용만 약 110억달러(약 16조 24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여기엔 지난해 12월 말부터 미국과 유럽 기지에서 중동으로 12척 이상의 군함과 100여대의 항공기를 배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포함된다.
그는 또 미 국방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57억달러(약 8조 4200억원)어치의 요격 미사일을 사용하고, 폭탄 및 기타 미사일에 34억달러(약 5조원)를 추가로 쓴 것으로 추정했다. 이 비용엔 병력 인건비나 훈련비, 지역 내 미군 자산 운용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란과의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미 국방부는 얼마나 많은 탄약과 미사일을 추가 확보해야 할 것인지, 즉 추가 예산을 얼마나 더 요청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방산 공급망은 이미 한계에 달해 이란에서의 수요뿐 아니라 중국의 잠재적 위협을 견제하기에도 벅찬 상태라고 WSJ는 지적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사일 전문가인 톰 카라코는 “이란이 계속 공격을 감행하는 한 우리는 요격을 멈출 수 없다”며 “이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예산 관련 언급을 피하면서 “지출 요청 문제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담당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차기 국방예산을 1조 5000억달러(약 2216조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현재보다 약 5000억달러(약 738조 5500억원) 많은 수준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말 의회에 향후 무기 계약비용으로 280억달러(약 41조 3400억원)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의회는 80억달러(약 11조 8100억원)만 승인해 200억달러(약 29조 5300억원)가 부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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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3~4배 증산 압박에도…공급망 한계에 막혀
트럼프 행정부는 수개월 전부터 록히드마틴, RTX(옛 레이시온) 등 주요 방산업체에 미사일 생산량을 3~4배로 늘리라고 압박해왔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국내 미사일 및 장비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6월 10여개 주요 무기업체 경영진을 소집해 조기 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차관은 수개월 동안 주요 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주간 회의를 이어왔으며, 방산업계도 이에 호응해 생산 설비 증설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 공급망 내 하청업체들의 생산 역량이 따라주지 않아 단기간 내 증산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미 국방부에서 미사일 및 기타 무기 조달 담당을 책임지는 마이클 더피는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이미 이 문제를 전쟁 이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다”며 “지금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미사일 등을) 생산 중이지만, 아는 것이 더 많다고 해서 속도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향후 7년간 생산량 확대를 약속한 방산업체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체들은 국방부의 확실한 계약 보장이 없으면 대규모 투자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백악관은 6일 보잉, 록히드마틴, RTX 등 주요 방산업체 최고경영진을 초청해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파인버그 차관은 백악관 회동에 앞서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사전 조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군은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 달성을 위한 충분한 탄약과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무기를 더 빠르게 생산하라고 방산업체들에 주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WSJ은 “군비 지출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골든 돔’(Golden Dome) 방어체계 및 신규 전투함 건조 계획의 핵심이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강한 정치적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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