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인 옷차림·호칭까지 찾고 또 찾고…'왕사남' 뒤 숨은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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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인 옷차림·호칭까지 찾고 또 찾고…'왕사남' 뒤 숨은 노력

연합뉴스 2026-03-06 11:47: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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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조, 폭군과 명군 사이' 쓴 김순남 고려대 교수 고증 도와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 검토하며 조언…"영화는 영화, 상상력 더해져"

"'성공한 쿠데타는 정당한가' 질문 남겨…우리 역사 관심 이어지길"

'왕과 사는 남자' 영화 홍보물 '왕과 사는 남자' 영화 홍보물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지난 2일, 개봉 27일 만에 누적 관객 9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은 3일 서울 한 영화관의 영화 홍보물. 2026.3.3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노산군(魯山君·조선 단종)이 이를 듣고 또한 스스로 목매어서 졸(卒)하니, 예(禮)로써 장사지냈다."

1457년 음력 10월 21일 세조실록.

조선 왕조의 역사를 담은 실록은 선대 왕의 죽음을 짧게 기록한다. 완곡한 표현으로 보이지만 '최고의 혈통'을 지녔던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마지막이다.

1452년에 왕위에 올라 머문 시간은 겨우 3년. 어린 왕은 숙부인 수양대군(훗날 세조·재위 1455∼1468)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며 물러났고, 1457년 강원 영월 땅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한 장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선 역사상 가장 슬픈 왕, 단종의 마지막을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이야기에 힘을 더한 숨은 노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짧고도 비극적인 삶에 드리워진 '빈칸'은 어떻게 채웠을까.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고증을 도운 김순남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는 "세세한 내용 하나하나 찾고, 또 찾는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김 교수는 6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이후 제작진이 빈번하게 역사 사실을 문의했고 때로는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한 장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작사 측은 역사학 연구자인 김 교수가 2022년 8월 펴낸 저서 '세조, 폭군과 명군 사이'(푸른역사)를 고려해 자문을 의뢰하며, 촬영 과정에서 궁금한 점을 물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단종실록, 세조실록 그리고 조선 후기 야사 통사인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등을 바탕으로 기록을 검토하고 찾고, 또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스쳐 지났을 작은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대군마마'라 불러야 할지, 아님 '대군자가'라 불러야 할지, 또 영월로 유배 갈 때 수행 인원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계속 찾았죠.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900만 넘긴 '왕과 사는 남자' 900만 넘긴 '왕과 사는 남자'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지난 2일, 개봉 27일 만에 누적 관객 9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은 3일 서울의 한 영화관 상영 시간표. 2026.3.3 scape@yna.co.kr

김 교수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단종의 마지막 순간, 즉 죽음이다.

중종(재위 1506∼1544) 대를 기록한 실록에는 단종의 죽음과 관련, '고을 아전 엄흥도란 사람이 찾아가 곡하고 관을 갖추어 장사했다'는 말이 전언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를 기록한 내용은 사실상 없다.

숙종실록은 '늘 모시던 공생(貢生) 하나가 차마 하지 못할 일을 스스로 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가, 즉시 아홉 구멍으로 피를 쏟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김 교수는 관련한 기록을 꼼꼼하게 살핀 뒤 제작진에게 정리해서 전달했다. 역사 기록과 다른 영화적 연출을 원한다면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건넸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실제 관람해보니 영화적 상상력이 상당히 덧입혀져 있었다"며 웃었다.

김 교수는 '영화는 영화'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왕과 사는 남자'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역사 기록을 연구하고 자문했으나, 최종 결과물은 영화적 상상력과 연출이 더해진 것이라는 뜻에서다.

김 교수는 "'사극은 기록이 말해주지 않은 부분을 상상력으로 창작해 재미와 흥미를 촉발하기에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럼에도 팩트(fact·사실)와 픽션(fiction·허구)은 구분해야 한다"며 "역사적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관련 자료, 책도 함께 봐달라"고 당부했다.

'왕과 사는 남자'…500만명 돌파 '왕과 사는 남자'…500만명 돌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2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이 영화를 예매하고 있다. 지난 21일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누적 관객 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2026.2.22 scape@yna.co.kr

그러면서 "역사적 기록이 근본이자 바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문에 응할 당시에는 '천만 흥행'을 예상했을까.

김 교수는 "엄흥도(유해진 분)가 '육시럴'이라 말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현장에 갔는데 뙤약볕 아래에서 한 컷을 얻기 위해 애쓰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김 교수는 천만 흥행을 달성하며 모처럼 극장가에 훈풍을 불러일으킨 '왕과 사는 남자'가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왕사남' 흥행에 영월 청령포 방문객 급증 '왕사남' 흥행에 영월 청령포 방문객 급증

(영월=연합뉴스) 1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에 힘입어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를 찾는 방문객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2026.3.3 [영월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jlee@yna.co.kr

특히 단종과 세조, 계유정난을 둘러싼 핏빛 역사 속에 고민할 지점이 많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는 15세기 최고 권력자였던 세조를 "'초월적 절대군주의 꿈'을 꿨지만, 결국 인간임을 벗어나지 못한 군주"로 규정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성공한 쿠데타는 정당한가, 오로지 '내 편'만을 참여시키는 세조의 국정 운영 방식이 성과를 도출해내는데 유효했던가 등 생각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며 애달프고 슬프고, 또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셨을 거예요. 이제는 당대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연구 성과를 찾아보면서 역사에 빠져보면 어떨까요?"

책 표지 이미지 책 표지 이미지

[푸른역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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