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한국거래소가 오는 6월로 예정했던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계획을 업계와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올해 하반기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5일 증권사 회원사들을 상대로 긴급 간담회를 열고 프리마켓·애프터마켓 도입 시점과 운영시간 조정 문제를 놓고 의견을 수렴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날 오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회원사 간담회를 진행하며 “안정적인 전산 준비가 중요한 만큼 개별 증권사별 준비 상황을 점검해 거래시간 연장 시행 시기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래소는 당초 올해 6월 29일부터 정규장(6시간 30분)에 더해 오전 7∼8시 프리마켓과 오후 4∼8시 애프터마켓을 신설해 하루 12시간 거래 체제를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한정된 인력으로 정보기술(IT) 시스템 개발과 테스트를 소화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며 부담을 호소해 왔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업계 의견을 취합해 거래소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고, 거래소가 이를 내부 검토한 뒤 이날 긴급 간담회를 소집한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프리·애프터마켓 오픈 시기를 놓고 테스트 일정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고, 거래소도 한두 달 이내 일정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회원사 전체 의견을 다시 모아 금융위원회와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거래시간 연장 시행 시기를 늦추는 방안과 함께 프리마켓 운영시간을 단축하는 안이 논의됐고, 거래소가 이를 선제적으로 제시하자 증권사들도 대체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논의 과정에서 거래소는 프리·애프터마켓 도입 시점을 8월 중순으로 미루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9월 중순이나 하순으로 더 늦춰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마켓 운영시간 역시 애초 계획인 오전 7∼8시에서 오전 7시∼7시 50분으로 10분 단축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세부안은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거래소는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거래시간 연장 추세가 뚜렷해지는 만큼 한국 자본시장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거래시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실무 부담과 노동계의 강경한 반대가 겹치면서 연내 하반기 연기가 사실상 유력해지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전면 투쟁에 돌입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는 전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정문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무기한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란 허울 좋은 명분으로 오전 7시 개장 및 거래시간 연장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이 과연 선진화인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시간만 늘린다고 우량한 장기투자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얇은 호가창을 노린 극심한 변동성만 초래할 뿐”이라며 “결국 우리 주식시장을 단기 변동성을 쫓는 트레이더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와 노동계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거래소가 어느 수준의 타협안을 내놓을지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