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을 구운 프라이팬이나 고추기름이 번진 그릇을 씻고 나면, 손끝에 묘한 미끄러움이 남는다. 뜨거운 물로 여러 차례 헹구고 세제를 넉넉히 사용해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이어져 다시 문지르게 된다. 설거지를 끝냈다고 생각했는데도 표면에 얇은 막이 덮인 듯한 감촉이 남아 세제나 방법을 의심하게 된다.
이 미끌거림은 손놀림의 문제가 아니다. 세제를 충분히 썼는데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도구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름기가 많은 그릇을 스펀지 수세미로 문지르면, 기름이 수세미 안쪽의 작은 틈으로 파고든다. 그 상태에서 다른 부분을 닦게 되면, 닦아내는 대신 기름을 표면에 얇게 펼쳐 바르게 된다.
수세미 구멍에 스며든 기름, 다시 그릇에 번져
스펀지 형태의 수세미는 부드럽고 물 흡수가 잘되는 대신 미세한 틈이 많다. 기름이 많은 접시를 바로 닦으면 그 틈으로 기름이 들어가고, 겉면만 씻긴 채 내부에는 기름이 남는다.
이후 다른 그릇을 문지르면 수세미 속 기름이 얇게 번지면서 새로 닦는 그릇에도 막처럼 남는다. 설거지를 여러 번 반복해도 손끝에 남는 미끈한 감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제를 추가로 짜 넣어도 이미 기름이 밴 수세미를 사용하는 이상, 같은 상황이 이어지기 쉽다.
주방에서 흔히 쓰는 위생비닐봉지는 석유에서 추출한 폴리에틸렌 재질로 만들어진다. 이 재질은 물보다 기름에 더 잘 달라붙는다. 비닐을 손으로 구겨 물을 조금 묻힌 뒤 세제를 더하면 거품이 일어나고, 기름기 많은 그릇 표면을 빠르게 훑어낸다. 물은 밀어내고 기름을 끌어당기는 성질 덕분에 접시 위에 남은 기름막이 비닐 쪽으로 옮겨붙는다.
비닐을 공처럼 구기면 주름과 굴곡이 여러 겹 생기는데, 이 불규칙한 면이 굳은 기름때와 음식물 찌꺼기를 긁어내는 역할을 한다. 프라이팬 바닥에 눌어붙은 기름 찌꺼기나 짬뽕 그릇에 남은 붉은 자국도 한 번만 훑으면 비닐 표면으로 옮겨 간다.
위생 비닐로 애벌 세척 후 부드러운 수세미 마무리
방법은 간단하다. 위생 비닐 한 장을 꺼내 손으로 충분히 구겨 공처럼 만든다. 깨끗한 재활용 비닐이 있다면, 그것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비닐 뭉치에 세제를 한 번 펌핑하고 물을 약간 묻혀 거품을 낸 뒤, 기름이 많은 그릇을 먼저 닦는다.
이후 평소 사용하던 부드러운 수세미로 가볍게 한 번 더 세척한다. 이미 기름이 제거된 상태라 수세미에는 많은 오염이 남지 않는다. 헹구고 나면, 손으로 문질렀을 때 소리가 날 만큼 표면이 매끈하게 정리된다.
설거지 후 손끝에 남는 감촉이 개운하지 않다면, 세제를 더 짜기 전에 도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생 비닐로 애벌 세척을 한 뒤 수세미로 마무리하는 방식은 기름 재오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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