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마라는 언제나 우리 자신이 아닌, 동시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었어요. 그들의 삶과 태도, 감각에서 출발할 때 브랜드가 현재에 머물고,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이어갈 수 있죠.” 올해 75주년을 기념하는 막스마라의 눈부신 여정, 그 중심에 선 ‘리마커블 우먼(Remarkable Women)’인 그룹 이사회 위원 마리아 줄리아 프레지오소 마라모티 (Maria Giulia Prezioso Maramotti)와 패션 코디네이터 라우라 루수아르디(Laura Lusuardi). 여성의 삶이 축적된 헤리티지를 통해 하우스의 미래를 설계하는 그들의 의미 있는 연대의 목소리를 전한다.
Laura Lusuardi
MAX MARA Fashion Coordinator
MC 하우스의 아카이브 연구소 BAI는 막스마라의 시간과 헤리티지가 켜켜이 쌓인 상징적 공간이에요. 이곳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Laura Lusuardi BAI(Biblioteca e Archivio di Impresa)는 막스마라의 기업 아카이브를 보관하는 장소이자 하우스의 헤리티지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에요. 2003년, 막스마라가 탄생한 도시인 이탈리아의 레조에밀리아(Reggio Emilia)의 한 오래된 공장을 개조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죠. 이곳은 단순히 과거를 저장하는 보관소가 아니라 창조적 여정이 시작되는 출발점에 가까워요. 이곳은 크게 ‘리서치 & 인스피레이션’과 ‘컴퍼니 헤리티지’라는 두 영역으로 나뉘어요. 리서치 & 인스피레이션에서는 컬러와 패브릭 아카이브, 역사적 패션 매거진 아카이브를 소장한 도서관, 그리고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수집한 대규모 빈티지 컬렉션이 자리하고 있어요. 컴퍼니 헤리티지에서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막스마라와 스포트막스의 역사적 컬렉션을 보존하며 하우스의 정체성을 단단히
지켜내고 있죠.
MC 이곳 BAI에서 어떤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나요?
LL 저에게 막스마라는 직업적 영역을 넘어 어떤 의미로는 매우 사적이에요. 1964년 막스마라에 합류한 이후 브랜드의 제품과 컬렉션 디자인 전반에 밀접하게 관여했어요. 스케치부터 원단, 의상, 커뮤니케이션 자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창작 과정을 보존했고, 이렇게 축적된 자료를 정리하고 체계화하면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게 되었어요. 과거를 들여다보고 정돈하면서 미래를 위한 든든한 토대를 다진 거죠.
MC 한 인터뷰에서 “막스마라 헤리티지는 하우스의 역사적 순간을 대변하는 동시에 미래 그 자체”라고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하우스의 과거를 보존하는 동시에 미래를 예측하고, 동시대 여성과 마주하는 접점을 확장해야 하는 브랜드 패션 코디네이터로서 특히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나요?
LL 저는 연속성이란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유한 정체성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는 거죠. 막스마라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세 가지가 있어요. 정체성, 가치, 품질, 이 요소들은 하우스의 중심축을 이루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부분이에요. 한편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은 끊임없이 변화해요. 우리는 동시대 여성의 실제 삶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그들의 필요와 감각에 대응하는 컬렉션을 만들어야 해요. 저에게 막스마라는 여성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며, 서로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컬렉션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의미해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막스마라는 단 하나의 컬렉션으로 존재해요. 우리는 하우스의 DNA에 충실하면서도, 여성의 실제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길 원해요. 그 균형을 지켜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죠.
MC 60여 년의 시간을 막스마라와 동행했어요. 수많은 변화와 시대적 전환 속에서도 막스마라의 어떤 부분에 이토록 매료되어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나요?
LL 가장 솔직한 답은 ‘열정’입니다. 60년 넘는 시간 동안 제 안에서 샘솟는 열정이 없었다면 결코 이 오랜 여정을 지속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이 브랜드에서 성장했고, 이 일을 통해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포함한 수많은 가치를 체득했어요. 무엇보다도 여성을 깊이 존중하는 태도를 배웠고, 여성에게 기능적이면서도 스타일과 우아함을 갖춘 패션이 꼭 필요하다는 매우 구체적인 여성관 또한 확립하게
되었죠. 결국 시간이 지나도 남는 것은 바로 이러한 본질적인 가치라고 생각해요.
MC 막스마라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해온 사람으로서 미래 세대에 반드시 전하고 싶은 하우스의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인가요?
LL 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식’이에요. 과거를 아는 힘이야말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고 확신하니까요. 저는 막스마라의 역사와 아카이브의 속에서 축적된 이러한 지식과 감각을 다음 세대와 나누고 싶어요. 우리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돕는 것은 저에게 여전히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계속 이어가야 할 사명이죠.
Maria Giulia Prezioso Maramotti
MAX MARA Group Board Member
MC 2017년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코트! 서울> 전시 이후 10년 가까이 흘렀어요. 한국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동안 막스마라의 미학과 브랜드의 정체성은 어떻게 확장되고 재정의되었는지 궁금해요.
Maria Maramotti 아주 인상적인 질문이에요. 막스마라의 정체성과 가치는 언제나 동시대 여성들과 같이 호흡하며 진화했어요. 여성의 삶이 변화하는 방향과 나란히 발을 맞추었고, 우리의 미학 또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죠.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과 결코 타협할 수 없는 품질,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같은 본질적 요소는 절대 변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 시간 동안 여성의 지위나 강인함에 대한 인식은 더욱 선명해졌죠. 다만 그 표현의 결은 조금 달라졌어요. 과거에 여성은 자신의 강인함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길 원했어요. 그것이 곧 자신감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오늘날의 자신감은 사랑과 편안함, 안락함에서 비롯돼요. 보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방식으로, 여성의 삶 깊숙한 곳에 스며든 모습이죠. 과시하지 않아도 충분히 빛나는 자연스러움. 지금의 막스마라가 이야기하는 여성성은 바로 그 지점과 맞닿아 있어요.
MC 막스마라는 올해 75주년을 기념해요. 브랜드가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받는 특별한 힘의 근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또한 헤리티지를 존중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고 있나요?
MM 우리는 항상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그들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종종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여성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막스마라는 언제나 우리 자신이 아니라 동시대 여성들의 서사를 중심에 두니까요. 그들의 삶과 태도, 감각에서 출발할 때 브랜드는 현재에 머물 수 있고,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우리가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균형의 방식이니까요.
MC 막스마라를 이야기할 때 코트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우스의 시그니처인 101801을 비롯해 테디 베어, 마누엘라 등 수많은 아이콘을 탄생시켜왔으니까요.
MM 막스마라는 오랜 시간에 걸친 시행착오와 연구 끝에 시대를 초월하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그 여정 속에서 발견한 코트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까다로운 패션계에서 극소수의 디자인에만 허락되는 ‘아이콘’이라는 영예를 얻을 수 있었죠. 특히 1981년 디자이너 안마리 베레타(Anne Marie Beretta)와 협업한 101801 코트는 하우스의 노하우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했어요. 이 외에도 테디 베어, 마누엘라 등 여성을 위한 다채로운 상징적인 코트를 탄생시켰죠.
MC 코트 외에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담은 또 하나의 아이템을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에게 소개한다면요?
MM 단연코 ‘휘트니 백(Whitney Bag)’을 꼽겠어요. 휘트니 백에는 막스마라 코트에 녹아든 정신과 가치가 또 다른 형태로 구현되어 있어요. 2015년 이탈리아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백은 조용하지만 견고하고, 본질적이며, 아름답지만 결코 과하지 않죠. 우리의 미학을 응축한 상징적인 클래식 아이템이에요.
MC ‘세상의 모든 놀라운 여성, 리마커블 우먼(Remarkable Women)’에 대한 지원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 중 하나예요. 75주년을 맞이한 오늘날, 전략적 관점에서 이 미션은 어떻게 정의되고 있나요?
MM 이 미션은 전략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의 일부예요. 오늘날 제가 생각하는 여성의 역량 강화는 단지 강인함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사랑과 편안함, 휴식, 그리고 스스로를 긍정하고 다독이는 환경을 제공하고 경험하는 일에 가깝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고 기념하는 태도, 우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여성과 함께하길 원하죠. 그것이 2026년 현재, 우리가
정의하는 리마커블 우먼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101801 Coat
“막스마라 코트의 완벽함은 원단, 모양, 색, 제작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서 비롯됩니다.” 1981년, 디자이너 안마리 베레타가 선보인 막스마라의 아이콘 101801 코트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대를 초월하는 매력으로 사랑받는 막스마라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은은한 광택이 돋보이는 최고급 원단과 절묘한 재단, 섬세한 요소가 조화를 이룬 이 코트는 하우스의 정수가 깃든 궁극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Teddy Bear Coat
1980년대 막스마라 아카이브를 새롭게 재해석해 2013년에 탄생한 테디 베어 코트는 출시 직후부터 전 세계 여성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막스마라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이름처럼 곰 인형을 떠올리게 하는 복슬복슬한 원단과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볼륨감 넘치는 실루엣이 더없이 매력적인 코트. 울과 알파카, 캐멀 섬유를 실크 베이스 위에 혼합한 가볍고 따뜻한 소재를 사용했으며, 매 시즌 바이커 재킷, 케이프 등 다양한 변주를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1958
1993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