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 규모가 100조원을 넘는 수준에서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금융 규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대출 구조나 시장 흐름을 보면 정책 효과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대출의 대부분이 이미 분할상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대출 연장 제한' 중심 규제가 실제 시장 구조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 다주택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월 말 기준 다주택자 대출 잔액은 102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건수는 60만4천건 수준이다.
이는 2025년 말 103조2천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0.3% 줄어든 규모다. 사실상 큰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다만 2024년 말 95조9천억원과 비교하면 약 7.3% 늘어 다주택자 대출 규모는 장기적으로는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 다주택자 대출 102조 유지…규제에도 감소 폭 미미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 규제를 강화해왔다. 규제지역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거나 대출 연장을 어렵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다주택자 대출 규모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2025년 말과 비교하면 대출 잔액은 0.3% 감소에 그쳤다. 건수 역시 0.5% 줄어드는 수준이었다.
특히 장기 흐름으로 보면 상황은 다르다. 2024년 말 다주택자 대출 잔액은 95조9천억원이었지만 2026년 1월에는 102조9천억원으로 늘었다. 약 7조원이 증가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가 31조9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20조원, 부산이 11조원을 기록했다. 수도권에만 절반 가까운 대출이 집중된 구조다.
다만 2025년 말 대비 대출 잔액이 줄어든 지역은 충남과 광주, 경기 등 일부 지역에 그쳤다. 서울 역시 전체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는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시장 전체 흐름을 바꿀 정도의 강한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다주택자 대출 93% 분할상환…금융 규제 실효성 제한
다주택자 대출 구조를 보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는 이유가 드러난다. 2026년 1월 기준 다주택자 대출의 93%는 분할상환 방식이다. 금액 기준으로 95조7천억원에 해당한다. 반면 만기일시상환 대출은 7조2천억원으로 전체의 7%에 그쳤다.
분할상환 대출은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이다. 대출 만기가 도래했을 때 연장을 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가 다주택자 금융 규제에서 핵심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출 연장 제한'인데 실제 시장에서는 연장 대상이 되는 대출 비중 자체가 크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정책 수단과 실제 금융 구조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할상환 대출 규모는 2025년 말 96조2천억원에서 2026년 1월 95조7천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다주택자 대출 아파트 90% 집중…비아파트 대출 증가에 실수요자 부담 우려도
다주택자 대출의 대부분이 아파트 담보 대출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2026년 1월 기준 아파트 담보 대출은 91조9천억원으로 전체의 89.3%를 차지했다. 비아파트 담보 대출은 11조원으로 약 10% 수준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비아파트 대출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2025년 말 10.8조원이던 비아파트 대출은 2026년 1월 11조원으로 약 1.9% 늘었다. 비아파트 주택은 빌라나 다세대주택 등 임대 목적 주택이 많은 유형이다.
이 때문에 금융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될 경우 임대용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민국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다주택자 금융 규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출 규모 감소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대출의 93%가 연장 구조가 아닌 분할상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효과와 속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아파트 임대 주택 비중도 적지 않아 자칫 무주택자의 전월세 시장을 어렵게 할 수도 있기에 금융 규제의 속도감과 정책적 효용성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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