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신탁 쏟아내는 은행들…속내는 '1000조 원 상속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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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신탁 쏟아내는 은행들…속내는 '1000조 원 상속 시장'

비즈니스플러스 2026-03-05 17:24:30 신고

그래픽=신한은행.
그래픽=신한은행.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치매안심신탁'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고령층 자산 관리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치매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한 금융 안전장치 성격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유언대용신탁 등 고령자 자산 이전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치매 관련 신탁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고령층 자산 관리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7일 '신한 솔(SOL)메이트 치매안심신탁'을 출시했다. 고객이 건강할 때는 직접 자산을 관리하다가 치매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경우 사전에 지정한 신탁관리인을 통해 금융거래를 지원받는 구조다. 또 지난달 '치매고객 금융보호 태스크포스팀(TFT)'도 신설해 연내 치매 고객의 금융사기를 방지하는 상품을 개발 중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KB골든라이프 치매안심신탁'을 출시했고, 우리은행은 '우리내리사랑 안심신탁'에 치매 관련 특약을 포함해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치매 전담 특화 조직인 '치매안심금융센터'를 신설했다.

이처럼 국내 4대 은행들이 치매 관련 신탁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배경에는 이른바 '치매머니'로 불리는 고령층 자산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머니는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로 스스로 금융자산을 관리하기 어려운 고령층이 보유한 금융·부동산 자산을 의미한다. 금융권에서는 치매머니 규모가 현재 약 172조 원 수준이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치매안심신탁 경쟁을 단순한 치매 대비 상품 경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당장엔 최근 유가증권 시장으로의 대규모 자금 이전과 향후 금리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비이자수익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유언대용신탁 등 대규모 고령층 자산 이전 시장을 겨냥한 '입구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자 수익은 늘 안정적으로 같은 수준을 기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며 "수익 구조 다변화 측면에서 신탁 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신탁이 일부 고액 자산가 중심 서비스였다면 최근에는 가입 문턱을 낮추며 대상 고객층이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실제 과거 10억 원 이상 자산가들만 가입할 수 있었던 신탁 상품의 문턱이 최근엔 수천만 원까지 낮아졌다.

고령층 자산 이전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도 은행들이 신탁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꼽힌다. 더욱이 자산 관리 개념에 익숙지 않아 노후를 자식들에 의존하던 과거 부모 세대와 달리 최근엔 고령자들의 상당수가 부동산, 금융 자산, 연금 등 상대적으로 고액 자산을 갖고 모바일 등 정보기술(IT)을 통한 금융 활동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세대라는 점은 은행들의 구미를 더욱 당기게 하는 요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부모 자산이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넘어가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고령층이 생전에 자산 관리와 이전 방식을 직접 설계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신탁 시장 확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장선상에서 은행들은 신탁과 보험을 결합한 자산승계 서비스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일 AIA생명과 '보험금청구권신탁 활성화 및 신탁·보험 연계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보험금 관리와 자산 승계를 결합한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고령층이 보유한 금융·부동산 자산 규모를 약 1000조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치매 대비라는 사회적 필요와 함께 고령층 자산 관리 수요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은행권 자산관리 경쟁은 고령층 자산을 중심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연호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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