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과한 이른바 ‘글로벌 관세’율을 이르면 이번 주 안에 10%에서 15%로 올릴 것이라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밝혔다. 이 조치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한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우회 수단으로 동원된 무역법 122조에 따른 조치다. 관세 인상과 동시에 이란을 상대로 한 미·이스라엘 전쟁이 걸프 지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 불안이 동시에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4일(현지시간)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글로벌 관세 인상은 아마 이번 주 어느 시점이 될 것”이라며 “현재 10%인 글로벌 관세율이 법이 허용하는 최고치인 15%로 상향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150일(글로벌 관세 부과 기간) 동안 우리는 USTR(무역대표부)로부터 무역법 301조에 대한 연구들을, 상무부로부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전 세계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매기는 ‘글로벌 관세’ 위에, 특정 국가와 품목을 겨냥한 맞춤형 고율 관세까지 얹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무역법 122조를 동원해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고, 이 조치는 지난달 24일부터 발효됐다. 법상 허용된 최고 세율이 15%인 만큼, 이번 추가 포고령 서명으로 사실상 상한선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15% 인상을 위한 새 포고문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관세는 150일(5개월) 한시 조치로 설계됐다. 이 기간 동안 행정부는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특정 국가에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 관세, 국가안보 위협을 근거로 품목별 관세를 매기는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재정비하고 확대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베선트 장관은 “301조와 232조 관세는 (기존의 상호관세에 비해) 움직임이 느리지만, 더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관세라는 ‘폭넓은 망’을 치되, 중장기적으로는 301·232조라는 ‘정밀 타격’ 수단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베선트 장관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충격이 영구적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5개월(150일) 안에 관세율이 (대법원 판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강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관세가 종료될 즈음이면 301·232조에 따른 새 관세 체계가 자리를 잡고, 상호관세 체제 이전과 유사한 수준의 평균 관세율로 복원될 것이라는 논리다. 다만 이 기간 글로벌 교역과 물가, 공급망에 미칠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내 고용 둔화 우려에 대해서도 베선트 장관은 책임을 정부 부문 축소와 불법 이민자 퇴출에서 찾았다. 그는 “정부 부문이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큰 규모로 순감했다”며 “25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서 떠난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 생산성 향상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 부문의 일자리 증가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자본지출 붐에 따라 건설 일자리로 시작해 공장 일자리로 이어지는 민간 부문의 고용 증가”를 전망했다. 관세와 이민 규제를 통해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 재편을 추진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기조를 재차 옹호한 셈이다.
경제·통상 현안과 별개로, 베선트 장관은 인터뷰 말미에 이란과의 전쟁 상황을 직접 거론하며 외교·안보 메시지도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이스라엘의 전쟁 상황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은 우리의 걸프 동맹국들을 이 싸움에 끌어들이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란이 미·이스라엘 공습에 대응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 국가들을 공격한 데 대한 언급이다.
이란의 공격 이후 걸프 지역의 긴장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교장관은 지난 1일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의 ‘배신적 공격’을 강력 규탄했다. 회의에서는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들 국가를 ‘걸프 동맹국’으로 지칭하며 이란의 도발을 비판한 만큼, 중동 전선이 미·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을 넘어 지역 동맹국들이 참여하는 다자 전쟁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관세 인상과 중동 전쟁 확전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제사회는 무역과 안보 두 축에서의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미국이 5개월 안에 관세 체계를 ‘정상화’하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관세 인상과 전쟁이 맞물릴 경우 원자재·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교란을 통해 세계 경제에 이중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