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 동생 살해한 15세…지금은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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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 동생 살해한 15세…지금은 [그해 오늘]

이데일리 2026-03-05 00:01: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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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01년 3월 5일 오전 7시 30분 광주에서 24시간 야식집을 운영하던 양모씨(당시 45세)는 집으로 귀가했다가 초등학교 4학년 둘째 아들(당시 11세)이 피를 잔뜩 흘린 채 사망한 것을 발견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사진=게티이미지)


충격에 빠진 것도 잠시, 양 씨는 둘째를 살리기 위해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은 중학교 3학년인 첫째 아들 A군 또한 사라진 것을 알고는 누군가가 집에 침입해 둘째를 살해하고 A군을 유괴한 것이라는 가정을 두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A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당시 둘째가 사망한 시각에 A군으로 보이는 이가 가방을 맨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유히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힌 것이다.

이후 경찰은 A군의 학교에서 그의 친구들로부터 “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했다고 하더라”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A군은 중학교 진학 이후 매일 컴퓨터를 하며 밤을 새울만큼 게임 등에 중독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A군의 중학교 2학년 담임 교사였던 김모씨는 “A군은 학교생활 외에는 거의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눈이 충혈돼 있던 적이 많았다”며 “폭탄은 어떻게 만들며 삶과 죽음에 대해 묻는 등 평소 염세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A군의 컴퓨터 사용 흔적을 확인하자 그 안에선 A군의 살인에 대한 욕망이 담긴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A군은 ‘좀비’라는 닉네임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미니홈피에 일기를 써왔는데, 아버지가 술을 마시는 것, 동생이 우는 게 싫다는 내용과 “군대 다녀와서 마음껏 살인을 즐기는 게 꿈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흉기를 구입했다”, “흉기를 침대 밑에 뒀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 “오늘은 흉기의 날을 갈았다”고 적었다.

특히 범행 이틀 전이던 3월 3일에는 “더 이상 가족과 정이 들면 안 되겠다”며 “살인이라는 것을 꼭 해보고 싶다. 펑범함을 벗어나고 싶다”고 썼고, 학교 신상 기록 장래희망란엔 ‘살인청부업자’라고 적어 담임 교사가 부모에 A군의 정신감정을 의뢰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유튜브 캡처)


자신의 동생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A군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붕대 등을 가방에 넣은 채 전북 고창으로 향했다. 고창으로 간 A군은 정처 없이 걷다 한 40대 남성의 오토바이를 얻어탔고 이 남성이 길에서 잠시 소변을 보는 사이 뒤에서 흉기로 살해할 마음을 먹었으나 마침 행인이 지나가면서 이는 미수에 그쳤다.

살해 대상을 찾지 못한 A군은 다시 광주로 돌아와 한 PC방 앞 건물 앞에서 등을 보이고 서 있는 남성을 발견하곤 흉기를 휘두르려 다가갔으나 마침 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A군은 살해 의도가 사라졌다고 한다.

결국 계속 주변을 배회하던 A군은 사건 발생 14시간 만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9시 5분쯤 광주 서구 광천동버스종합터미널 인근에서 A군을 붙잡았다.

A군은 경찰에 잠든 동생에 흉기를 휘둘러 피를 흘리는 그를 향해 “편안히 잘 가라”라고 인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저는 살인, 죽음, 그런 게 좋았다. 재밌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좋다는 느낌이 들고 흥미가 있었다”며, 장래 희망을 얘기하듯 “한 명씩 죽이는 건 재미가 없을 것 같고 건물이 폭파하거나 해서 여러 사람이 죽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A군이 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이유에 대해선 “이유 없이 그냥 죽이고 싶었다”며 “감정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좀 싫은 친구들을 죽였을 텐데, 걔가 사람이니까, 인간이란 것이 얼마나 나약할까 싶어서 한 번 해봤다”고 진술해 현장에 있던 이들을 경악케 했다.

당시 사건에 투입된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A군과 장시간 면담을 한 당시 심정과 생각을 전하기도 했는데, 2023년 방송된 tvN ‘알쓸범잡2’에 출연해 “아이가 처한 환경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며 “부모가 24시간 교대로 일하는 등 생활을 하다보니 아이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다. 케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됐고, 의도치 않게 방임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면담 중 안타까움을 느꼈던 데 대해 “부모가 귀가하는 저녁 시간에 A군이 온몸에 휴지를 두르고 미라처럼 앉아 있었다고 한다. A군을 본 부모는 ‘우리 아들이 의사가 되려고 그러나보네’라고 한 마디를 던졌지만 아들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거 같다”며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A군의 상황을 전했다.

(사진=tvN 알쓸범잡2 화면 캡처)


권일용은 “이는 ‘나를 좀 봐달라’는 것”이라며 “부모에게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나아가 고립감을 느끼는 아이들에 대해 국가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A군의 재판 과정은 소년법 적용으로 비공개로 처리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A군은 1심에서 징역 장기 7년, 단기 5년이 선고됐고, 범행 당시 초범인 점,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이 고려된 판결이었다.

이후 항소심에서 A군의 정신과적 질병이 지속된 것과 부모와 교사의 책임도 있다는 점, 부모가 양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점 등이 참작돼 단기 4년으로 감형됐다.

다만 A군은 보호처분이 아닌 형사처벌을 받았고 전과 기록도 남았다. 그는 소년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한 프로그램을 통해 성인이 된 A군이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으나 현재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30대 중후반의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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