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섬유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두 여성의 삶을 들여다 본다. 130년 전 ‘자전거’가 주는 해방감에 매료된 용기있던 여성과 한평생 프랑스에서 노동자로 살다가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게 된 여성. 두 사람을 통해 인간의 취약성과 연대의 필요성을 되새겨본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저자 디디에 에리봉의 자전적 책이다. 동성애자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회학자인 저자는 앞서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자 계급 가족을 떠났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과거를 되짚어가는 여정을 담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번 책에서 평생 노동계급으로 살았던 ‘어머니’를 통해 새롭게 깨닫게 된 시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의 어머니는 건강 악화로 요양원에 입소한 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그는 그제서야 취약한 노년의 삶, 돌봄과 연대의 문제를 성찰하게 된다. 인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질병과 고통, 노화에 의한 자율성 상실, 열약한 공공 보건과 요양원의 현실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마주하며 어머니의 개인적인 회고로 출발한 이야기는 ‘프랑스 노동계급 여성의 전형적 일생’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회학적 논의를 거쳐 삶과 죽음, 노년과 노인, 늙음과 장애를 숙명적으로 겪는 인간의 취약성과 연대에 관한 이론적 성찰로 확장해 가며 삶의 이면을 비추는 것이 예술가와 지식인의 역할임을 짚는다.
‘랭스로 되돌아가다’가 노동계급의 재구성을 묻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노년의 취약성, 연대의 가능성을 사유하는 작업이자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를 읽는 에리봉 사유의 확장판이다.
■여성, 자전거, 자유(마리아 E. 워드 지음, 이민경·변유선 옮김)
오늘날 자전거를 타는 여성의 모습을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130년 전에는 자전거를 타는 여성에게 온갖 멸시 어린 시선과 비아냥이 따라 붙었다.
“자전거를 타는 여성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 “벌개진 얼굴로 자전거를 타는 여성은 추하다” 등 자전거 타는 여성에 대한 모독을 뒤로 하고 자전거에 매료된 마리아 E.워드는 더 많은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권했다. 자전거 애호가이자 스태튼 아일랜드 자전거 클럽을 공동 창립한 저자는 훗날 ‘자전거로 역사를 바꾼 세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책은 1896년 여성을 위한 자전거 가이드로 출간했다. 자립의 도구이자 불확실성을 다루는 훈련 기계,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관문이었던 ‘자전거’에 대해 이 책은 타고 내리는 법, 효능, 자전거가 움직이는 원리 등 실질적인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자전거'는 금기와 멸시를 뚫고 자전거 페달을 밟기로 결심한 130년 전 여성들의 용기이자 성취의 상징이다.
‘여성, 자전거, 자유’는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중 많은 것이 소수의 개척자들의 도전에 의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자전거를 정신의 도구이자 자립의 엔진, 기쁨으로 이동하는 관문으로 여기며 예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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